이번 포스트에서는 이석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먼저 어지러움의 개념 정리부터 할 필요가 있겠네요. 흔히 어지러움, 현기증, 현훈증 등 다양하게 표현되는데, 이 중 현훈증과 현기증은 비슷하지만 다소 다릅니다. 현훈증은 회전감을 동반하는 어지러움이며, 현기증은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아찔함(lightheadedness)를 포함하는 좀 더 넓은 개념의 어지러움입니다.

바로 이석증(otoconia, 일명 ear rocks)은 바로 현훈을 야기하는 원인 질환 중의 하나인데요, 내이(속귀)의 달팽이관 안에 원인은 모르지만 돌가루 성분의 탄산칼슘이 침착되어 있다가, 몸을 움직일 때 달팽이관 내의 림프액 속으로 붕 뜨게 되면서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귀의 질환입니다. 일명 양성발작성체위성 현훈증(Benign Postural Positioning Vertigo, BPPV)라고도 합니다.

이러한 이석증의 주된 증상으로는 체위를 변환할 때, 구체적으로는 머리를 감으려 목고개를 숙이거나 반대로 미용실 등에서 머리를 뒤로 젖힐 때, 혹은 운전 중 후방을 보기 위해 목고개를 뒤로 돌리거나 사이드 미러를 쳐다 볼 때, 심지어는 밤에 침대에 누워 있다가 돌아 누울 때 회전감을 동반하는 어지러움이 발생합니다. 이 회전감은 나 자신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 뿐만 아니라 주변 사물들이 흔들거리거나 회전하는 느낌도 포함합니다. 동시에 메스껍거나 토하거나, 귀에서 웅~ 거리는 소리(이명)가 들리기도 하고 연세가 드신 분이라면 부쩍 난청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여성에서는 소화불량이나 편두통 등도 이석증 증상과 동반되거나 또는 이석증 증상에 선행하여 발생하기도 합니다.

대체로 임상에서 이석증 환자들을 상담, 진찰해보면 이석증의 선행증상, 즉 소화불량, 편두통, 체력 저하 등이 만성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히려 한의사의 입장에서 이들 증상이 더 중요하고 더 근본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의학에서는 현훈증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사실상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들 선행 증상이 더 원인적이라고 파악합니다.

그래서 한의학적 병리를 기허, 양허 또는 음허, 담음으로 크게 구분하고 있는데, 예컨대 만성적인 소화 불량, 나른함을 갖고 있고, 소량의 음식으로도 잘 체하거나 복창만이 많을 때 비위기허로, 또한 급격한 체력의 저하, 극심한 피로, 수면 불량, 정력의 감퇴, 심한 추위 느낌 등은 기허보다 더 심한 양허로, 큰 병을 앓고 나서 체액의 감소, 안면 홍조 등이 동반될 때는 음허로 보고 있습니다. 반면에 과도하고 불규칙적인 음식 섭취, 극렬한 두통, 잦은 구토나 구역감, 객담이나 히스테리구(hysteric globus) 등이 있을 때는 담음으로 봅니다.

이들 병리적 구분은 각각 환자의 체질의 허약 유무, 한열 유무(즉, 더위를 많이 타는지 추위를 많이 타는지), 원인 인자가 소화기계 등 중초에 있는지 아니면 간, 자궁, 콩팥 등 원기와 정혈이 담긴 하초에 있는지를 구분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므로 일반인들이 쉽게 마트나 약재 시장 등에서 비의료용 한약재를 구해 함부러 달여 복용하는 것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저의 생각을 말합니다!

어지러움을 일으킨다고 믿는 이석증은 사실 현훈증의 그리 큰 인자가 되지 못합니다. 앞서 말한 “속”의 문제들이 더 근원적인 부분이 됩니다. 그리하여 이석증은 쉽게 잘 재발하고, 피곤하면 또 재발하는 경향이 있지요. 저는 현훈증, 어지러움을 치료함에 있어서 귀 속의 이석이라는 병리적인 물질 제거도 중요하지만, “속”의 상황을 개선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인체의 구조적인 관점에서 귀를 포함한 머리쪽으로 기운의 흐름 또는 혈액의 순환은 반드시 경추를 거쳐 가게 되어 있습니다. 다수의 이석증, 현기증 환자들의 뒷목과 어깨를 촉진해보면, 굉장히 돌처럼 딱딱하고 경추의 운동범위가 현저히 제한되어 있음을 보게 됩니다.

따라서 현기증을 유발하는 이석증을 저는 경추와 귀 주변 경혈에 면역봉독을 시술하고, 소화기 또는 간과 자궁을 면역성을 증진하는 한약 및 자하거약침(태반약침)을 동시에 치료하여 속과 귀와 그리고 머리를 함께 치료합니다.

이러한 치료들은 인체의 어떤 문제를 계통적으로 그러면서 분석적으로 파악하여 종합적으로 치료한다 할 수 있겠습니다.

상식적으로 체내가 건강하고 깨끗한데, 귀 속에 이석이라는 돌찌꺼기가 생길 수 있겠습니까? 귀만 치료하는 약을 써서 일시적으로 경감시킨 들, 몸의 면역이 나빠져 있는데 현기증이 좋아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