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과 출산은 부모 모두에게 새생명의 탄생이라는 기쁨과 축복 그리고 희망을 줍니다. 이 과정은 비록 아빠의 격려와 심정적인 고통 분담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적으로 여성의 몫입니다. 출산의 고통을 통해 여성은 엄마가 되고, 엄마는 더욱 강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강한 엄마도 힘들게 하는 장애가 있는데, 바로 산후풍입니다.
산후풍이란, 출산 중 혹은 후에 관절과 인대의 이완이 된 상태에 분만에 따른 과로(애를 낳느라 힘을 써서), 그리고 산후 조리의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산모의 관절, 신경, 근육 등에 통증과 이상 감각 등을 유발하는 문화인류학적 장애입니다.
한의학적 병명인 산후풍(産後風)은 산후신통(産後身痛), 산후통풍(産後痛風)에서 유래되었고, 의미는 ‘출산 후에 바람처럼 여기저기 아프다’ 혹은 ‘출산 후에 바람이 들고 나는 것 처럼 시리다’ 입니다.
릴렉신(Relaxin) 호르몬의 역할
출산이 임박할 무렵에는 “릴렉신(Relaxin)”이라는 호르몬이 활발히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의 역할은 골반의 인대들(특히 치골인대)을 이완시켜 분만을 용이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호르몬은 골반의 인대에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신의 인대에도 관여해 손목, 발목, 무릎, 골반 등의 관절을 약하게 합니다.
이 호르몬은 통상 3~5개월 사이에는 임신 전의 수준으로 안정화되는데 휴식(산후조리)의 부족, 체력의 약화,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 복잡한 이유로 인해 안정화되지 못하면 전신의 인대들이 건강하게 회복되지 못하고 사소한 무리에도 통증과 감각 장애를 야기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산후풍은 출산 100일 정도 이후에 잘 나타나게 됩니다.
증상
- 무릎, 손목, 허리 등 여러 관절이 쑤시고 아프다
- 바람이 뼈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 피로하고 어지럽고 소화가 안되고 메스껍다
- 오한, 발한(땀이 많이 나는 것)이 심하다
- 팔다리가 저리고 불편하다
관절의 통증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학적 증상, 자율신경계 증상(정신신경학적 장애), 내과적 장애 등이 복합된 증후군적인 장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인
- 출산 후 자궁에 남아 있는 오로 혹은 혈액순환 장애(어혈)
- 출산 과정 중 관절(천장관절), 척추의 스트레스와 무리, 그리고 그로 인한 약화
- 임신 중 과도한 체중 증가 및 그에 따른 척추(요추와 흉추)의 문제(요추의 과전만)
- 기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에어콘, 찬 바람 등 한기에 노출
- 수유 등 육아 과정에서 생긴 잘못된 자세
- 태어난 신생아의 걱정이나 육아 스트레스, 가족의 지지 결여
일반적으로 산후풍의 원인을 단순히 자궁 회복의 더딤으로 보면 1번이 가장 큰 원인일 것 같으나, 실제로는 2번과 3번이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산후풍에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합니다. 통상적으로 임신 6개월 이상이 되면 태아의 성장 속도가 빨라져 점점 커지는 태아의 중력으로 산모의 허리는 점점 더 전만이 증가합니다. 출산에 임박하면 태아가 골반으로 내려오게 됨에 따라 전만은 더욱 증가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허리와 골반의 부담은 더욱 증가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이 출산 중이나 후에 척추와 천장관절 그리고 여러 팔다리 관절에 뒤틀림이나 장애를 주면 산후풍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특히 임신전 여성이 척추, 디스크 병변 혹은 관절 장애를 앓은 적이 있거나 노산이라면 더욱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한의학적 치료법
- 자궁 및 관절과 척추를 크게 보강하는 연골 성분의 한약
소실된 골수 성분과 콜라겐을 크게 보강하는 역할을 하면서, 아울러 척추신경의 신경병증성 염증을 제거합니다. - 척추의 퇴행 및 신경의 염증을 치료하는 면역봉독
- 자궁과 간의 혈액 대사를 치료하는 자하거약침(태반약침)
주로 복부 위주로 시술하구요, 주 2회 시술합니다. - 통증이 심한 관절 및 인대, 힘줄은 화침
주로 손목이나 무릎, 천장관절 등의 인대들에 시술합니다. - 체질적으로 열이 많고 변비가 동반되거나 소변이 시원치 않고 항상 몸이 무거운 여성들이라면 간청소(이담요법)나 콩팥해독
- 기타 부가요법으로 뜸과 침 치료를 병행
통상 치료의 주기와 기간은 산후풍의 이환 기간과 관절통의 갯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약 2~6개월간의 치료 기간을 요합니다.
산후풍 예방 방법
- 모유나 분유를 수유하실 때 절대 가부좌(양반다리)로 하지 마세요. 이 자세는 허리, 골반, 무릎, 손목, 어깨 등 모든 관절과 척추에 치명적인 자세입니다. 측와위로 누워 다리와 엉덩이를 최대한 뻗고 상완(위팔)에 아기 머리를 잘 맞춰 젖을 물리거나 분유를 수유하세요.
- 가벼운 물건이라도 절대 무심코 들지 마세요. 산후조리원을 퇴원 후 실생활에서 무심코 국냄비를 한 손으로 들거나, 한 손으로 커다란 빈박스를 짚어 들 때 아물지 않은 인대나 힘줄이 뜨끔하고 늘어날 수 있습니다.
- 100일간은 절대 야외 외출을 삼가하세요. 특히 여름철에 마트, 백화점, 영화관 등은 가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옛날에는 난방이 좋지 못해 산후풍에 많이 걸렸다면 오늘날은 에어콘 때문에 관절에 냉기가 들어와 문제가 됩니다. 아울러 아기들도 100일간은 면역이 약하므로 여러 가지 감염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 잠자기 전 20분간 족욕을 합니다. 아래가 따뜻해야 온 몸이 따뜻해집니다.
- 남편과 시댁의 역할. 하루에 한 번씩 힘든 아내의 등과 관절을 마사지해주세요. 쓰레기 버리기, 박스 처리하기, 설거지, 장보기는 남편이 수고스러워도 퇴근 후 해 주세요. 야간에 적어도 2~3일에 하루 밤은 남편이 아기를 돌보면 주무세요. 기저귀도 갈아주고 수유도 하시구요, 이 때 산모는 좀 푹 잘 수 있어요.
-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해서 산후우울증을 빨리 극복하세요.
- 100일이 지난 후에는 햇빛을 자주 보고 이 때 아프지 않다면 아기와 함께 외출도 하면서 걷기 운동을 자주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