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에서 진료를 하다보면 “밥 잘 먹는 한약 지으러 왔어요”라며 내원하시는 어머니와 아이를 만나게 됩니다.
밥을 잘 안 먹는다는 아이의 어머니들을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 밥 먹는데 한 시간이나 걸려요~
- 유치원 보내기 전에 따라다니며 밥을 먹여요~
- 밥을 입에 넣고 삼키지를 않아요!!
- 밥 때만 되면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 이예요.
등등.
성장기 어린이를 둔 어머니에게 아이의 밥을 먹이는 일은 숙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식당에서도 종종 안 먹으려는 아이와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려는 엄마의 밀고 당기는 싸움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눈앞에 많은 음식이 차려져 있는데도, 아이가 충분히 먹었다고 생각되기 전에는 엄마의 입속으로 음식이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그렇다면 밥 안 먹는 아이, 그 이유가 뭘까요?
군것질을 많이 했거나, 엄마의 요리 솜씨가 아주 살짝 부족하다거나, 혹은 심리적인 스트레스로 입맛이 없다거나, 이렇게 아이가 밥을 안 먹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여러 가지 이유 중 한의학적인 관점으로 볼 때 밥을 안 먹는 이유는 비위기허, 기울, 그리고 신허로 변증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비위기허란 비위 기능의 약화를 의미하구요, 기울이란 정신적인 스트레스, 신허란 체력과 면역력의 저하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각각을 조금만 더 상세하게 살펴보자면,
첫째, 소화기능의 약화의 경우, 대체로 엄마가 임신했을 때 3~5개월 무렵 입덧을 심하게 하면서 식사를 못하는 경우 그 아이에서도 식욕 등 위장의 기능이 저하된 것 같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발생학적으로 3~5개월 무렵에는 소화기관이 형성되는데 이 때 산모가 입덧을 심하게 하면서 식사를 제대로 못 할 때 그 영향이 아이에게도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추측합니다.(이것은 진료할 때 획득한 느낌이라 솔직히 의학적으로는 완벽한 근거가 되지 못합니다.)
둘째, 정신적인 스트레스. 요새 아이들도 굉장히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단적으로 만 5세된 소아가 편두통으로 대한민국 유명 병원을 다니다가 저에게 와서 치료를 받고 편두통이 치료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저출산 경향으로 인해 소수의 자녀에게 공부나 예능 등을 경쟁적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 과정에서 옛날에는 받지 않을 스트레스를 요즘은 이른 나이에도 느끼나 봅니다. 당연히 입맛이 떨어질 수 밖에 없겠지요.
셋째, 면역력이나 체력의 저하. 여기에는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잦은 감기, 알레르기 비염, 아토피 피부염 등 알레르기, 면역학적 장애, 감기, 폐렴 등을 달고 사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어머니들이 항상 염두에 두셔야 할 것은 “성장력 = 면역력 = 소화기능”이라는 겁니다. 자주 아프고 자주 감기로 콧물을 흘리고 자주 아토피 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비염을 앓는 아이들은 그들의 면역이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몸처럼한의원에서는 이런 각각의 경우에 따라 적합한 한약을 조제하는데요,
첫째의 경우에는 이공산, 전씨백출산, 육군자탕, 삼출건비탕 등에 식욕을 항진시키는 약재들을 추가하면 매우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구요, 때로는 식욕부진에 장도 좋지 못한 아이에는 평위산가미 처방도 우수합니다.
둘째,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많고 예민하면서 잠도 깊이 자지 못하는 아이에는 귀비탕, 온담탕 등을 투여할 때 효과가 매우 좋습니다.
셋째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육미지황탕, 좌귀음, 대보원전, 십전대보탕, 팔물탕 등이 무난한데, 각각의 질병에 따라 구체적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감기를 달고 살거나 늘 알레르기 비염으로 콧물을 흘리는 아이들에는 삼소음, 소청룡탕, 보중익기탕 등이 치료와 위장의 기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지구요,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육군자탕에 대복피, 소엽 등을 가미한 처방이 좋은 효과를 보였답니다.
주의!
이상의 처방들은 환자 임의로 조제, 투여해서는 안되고,
반드시 한의원에서 진찰과 진맥을 통해 처방받으셔야 합니다.
과거에 제가 구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던 시절 구미의 인근 도시인 경북 김천에서 두 살(만으로는 1살) 된 여자 아이가 어머니가 함께 내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밥 잘 먹는 한약으로 녹용을 포함하여 정말 딱 1첩을 처방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뒤 그 아이와 어머니가 다시 오셔서는 한약을 먹은 이후로 아이가 밥을 너무 잘 먹어서 어머니의 스트레스까지 날아갔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후로 그 어머니는 저희 한의원 찐팬이 되셔서 거의 8년간 매년에 두서너 차례 아이의 한약을 지어가셨고(말도 제대로 못하던 만1세의 아이가 나중에는 예쁜 소녀가 되었답니다!), 이 어머니가 워낙 발이 넓으셔서 주위의 아이 친구도 많이 소개해 주셔서 저에게도 고마운 분으로 기억되고 있네요.
마지막으로 밥 잘 안 먹는 아이를 가진 부모님께 꿀팁 몇 가지!
우선, 아이들의 식욕과 편식 경향은 사실상 부모에게서 교육받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음식에 관심이 적다는 것이구요, 부모님들이 식사에 관심을 적게 기울이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최소 한번 이상은 온가족이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서로 대화하면서 ‘즐겁게’ 음식을 나누어 먹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음식 먹는 것은 즐거운 것이구나!’라는 인지가 형성되게 될 겁니다.
둘째, 밥을 잘 먹지 않을 때 속상하겠지만, 절대 화를 내거나 꾸중(혹은 체벌)하지 말 것!!! 또한 반대로 사탕, 과자, 쿠키 등으로 유도하지 말 것! 대신 밥을 잘 먹을 때는 반드시 칭찬을 해 줄 것!!
이 이유는 좀 전 설명했던 대로 식사란 즐겁고 행복한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입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간식은 절대 식전에 주지 말 것!
아울러 간식은 정해진 양만큼만 주실 것을 덧붙여 말씀드립니다.
소아용 식판을 이용하시면 간식의 양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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