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일러스트

급성 허리디스크의 일명 ‘방어성 경직’의 한방 치료법

과거 한의대를 졸업하고 군복무를 마친 뒤 첫 직장으로 근무한 구미의 한의원에서 2002년 가을 쯤 오후 늦게 한 젊은 남자 환자가 내원했습니다. 증상은 요통이었는데 진찰을 해보니 전반적으로 하배부 근육이 매우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습니다.

오래 전(이 글 작성일시로부터 약 20년 전)이라 100프로 기억은 나지 않는데, 이 환자는 대기업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남성이었는데 며칠간 허리 통증이 있었고 하지 쪽 방사통은 크게 없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자신있게 오래 앉아 근무하는 작업 특성상 허리 주변의 근육이 매우 ‘뭉쳐서’ 통증이 발생한다고 그 환자에게 말하였고, 당시에는 아피톡신이나 약침 시술을 하지 않았던 터라 침으로 딱따한 근육을 세심하게 꽤 강자극을 했습니다. 한 때 MPS(Myofascial Pain Syndrome)의 트리거 포인트나 TP(Taut band)의 자극 치료에 관심이 많았고 당시 환자의 근육 상태가 꼭 거기에 부합한다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강자극만으로도 부족했다고 생각해서 습식부항(사혈하는 부항)을 시행하여 사혈을 시켰습니다. 실제로 이 두 치료를 행한 뒤에 환자의 허리 근육을 촉지해보니, 처음보다는 다소 유연해진 것을 확인했습니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치료실을 나가 진료실에 있었는데…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습니다.

 

요추 허리 척추 MRI

 

치료를 마친 환자가 귀가하려고 베드를 일어서는 순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고 일어설 수가 없다 했습니다. 어찌어찌해서 치료실 간호조무사와 함께 환자를 일으켜 다시 베드에 눕혔으나 환자는 자력으로 일어나 앉지도 못했고 퇴근시간인 저녁 7시는 다가오는데 무척 난감했습니다.
찜질팩도 깔아주고 했건만 도무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119 앰블런스를 불러 큰 병원으로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 환자분은 그 후 다시 내원하지 않아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또 검사 상 어떤 진단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19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이 환자의 요통은 아마도 단순 근육통이 아니라 허리 디스크의 상당한 이상에서 기인되었을 거라 추정합니다. 당시 매우 돌덩이 같이 딱딱했던 근육들은 실제적으로 허리 근육의 근긴장, 경직으로 반영된 표면적 상황이었을 겁니다.

진찰을 하다 보면 간혹 환자들이 다른 의료기관에서 허리 또는 등 부위에 담이 생겨 침을 맞고 또는 사혈 부항을 하고 또는 도수 치료나 추나 요법을 강하게 받은 다음 움직이지 못했다, 통증이 더 배가 되었다 등의 얘기를 듣곤 합니다.

2020년 쯤 양산의 한의원에서 저에게 치료받던 어느 요통 환자는 seated-SLR 등을 해보니 요추 디스크 탈출증의 소견이 나타나서 저농도의 봉약침과 약자극의 척추 내재근 치료 그리고 복부 단전에 뜸 치료를 했습니다. 두 차례 정도 치료 후 편해지셨다가 며칠 뒤 내원하셨는데 시간이 안 맞아 다른 곳에서 강한 침자극 치료와 사혈 부항치료를 받고 통증이 더욱 더 심해졌다고 하셨습니다.

​또 저를 찾아오는 꽤 많은 이상근증후군 또는 천장관절증후군 환자들이 골반이 비틀어졌다 하여 도수치료를 받고서 또는 테니스공으로 엉덩이 근육 마사지를 하고서는 엉덩이 뿐만 아니라 햄스트링 허벅지 근육까지 당기고 저리고 시큰거리는 통증이 추가로 생겼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또 아침에 일어낫더니 잠을 잘못 자서 목이 돌아가지 않고 뻣뻣하게 되어 회사 근처 마사지샵에서 1시간 동안 목 근육을 시원하게 마사지 한 후 아예 목을 들지 못하거나 심지어 두통과 현기증까지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의 몸은 뼈와 관절에 의해 ‘지탱’되고 그 위를 인대나 힘줄 또는 근육과 근막이 덮고 있습니다.

그런데, 허리에 국한해서 말한다면 만약 척추뼈나 그 사이의 추간판(디스크)이 어떤 이유로 과부하가 걸리고 진행되어 디스크 팽윤(bulging disc)이든 파열(ruptured disc)되기 전 단계는 마치 시한폭탄을 앉고 있는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 인체는 문제가 되는 척추 관절을 지탱하고자 그 주위 근육이나 연부 조직들이 과긴장 또는 경직되게 됩니다.

이는 사실 엄밀히 병리적 상태라기 보다는

문제가 터지기 전에 어떻게든 인체 스스로가 몸을 지탱하고 유지하려 하는

일종의 ‘방어 기제’라고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저의 진단처럼 근육의 입장에서만 보고 근육이 뭉쳐서 통증이 생긴다고 피상적으로 생각하고 그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시키는 다시 말해 근육을 풀어버리게 되면 오히려 우리 몸은 무너져 버리게 됩니다.

 

과연 이런 현상들은 왜 벌어지는 걸까요? 

그리고 이런 고통은 과연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요?

흔히 보통 허리 통증이 생기면 당연히(?) 허리의 근육에서 뭔가 잘못된 걸로 생각하곤 합니다. “허리 근육이 뭉쳤다”는 것이죠. 이런 근육성 통증은 영국의 트라벨과 사이먼스가 발표한 MPS(Myofascial pain syndrome)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 질환은 비단 허리 근육통증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어떤 골격근이든 간에 국소 통증, 그리고 경결띠(Taut band), 발통점(Trigger point), 또 발통점의 압박시 연관통(Referred pain) 그리고 근육과 관련된 관절 운동의 범위(ROM)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트라벨과 사이먼스의 MPS 책

 

그 중 근육단축은 이 MPS의 주된 원인이 되는데요, 근육단축은 근섬유의 수축이나 구축으로 인해 근육의전체 길이가 짧아지는 병리적 또는 병태생리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만, 임상적으로 근육단축과 MPS는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경향입니다.

이 근육 단축의 특징을 제가 아는대로 정리하자면,

  1. ​먼저 발통점(Trigger point), 경결띠(Taut band)가 생기는데, 단축된 근섬유에는 경결띠가 생기고, 그 경결띠 내부에는 발통점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 발통점과 경결띠가 있는 해당 근육은 기계적 자극에 대해 매우 민감해지는데, 이 발통점과 경결띠를 손으로 압박해도 심한 통증을 느낍니다.만약 한의사가 침으로 이 경결띠나 발통점을 자극하면 환자는 굉장히 묵직하면서도 뻐근한 통증을 국소적으로 느끼게 되고 한의사 역시 침끝에서 가벼운 저항감을 느낄 수있습니다.
  2. 두번째로 해당 근육을 신장시키면 통증이 재현되고, 또한 능동적인 수축시에도 일정한 통증이 발생합니다. 여기서 근육을 신장시킨다는 것은 충분히 신장되어야 통증이 발생하는 것으로,예를 들어 목의 경우라면 통증이 있는 쪽의 반대쪽으로 목을 측굴하면 통증이 재현됩니다. 만약 경추 디스크 탈출이라면 통증이 있는 쪽으로 목을 측굴할 때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겠죠.

트라벨은 치료 및 일종의 검사의 목적으로 생리식염수를 발통점에 주입하는데, 이 때 연관통(Referred pain)이 발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연관통은 허리 디스크 탈출증에서 발생하는 신경병증성 통증(Neuropathic pain)과는 꼭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전형적인 MPS 환자들이라면 한의사는 침을 경결띠나 발통점을 관통시키게 또는 발통점의 중앙부분까지 침을 삽입하여 자극을 주고 그 뒤에 약간 후퇴합니다. 그 후 발침을 하는 경우도 있고 또는 침을 후퇴해서 근막에 닿게 한 상태로 10~20분 가량 침을 삽입한 채로 둡니다.

 

의자에 앉은 여성의 허리 통증

 

다시 허리의 통증으로 돌아가서,허리에서 근육단축이 빈번히 일어나는 근육에는 요방형근, 소둔근, 이상근 등이 있습니다. 소둔근과 이상근은 허리쪽이라기 보다는 엉덩이쪽에 가깝고 특히 이상근의 단축은 이상근증후군 또는 좌골신경통 또는 천장관절증후군과 연계해서 살펴보는 것이 좋은데, 저의 블로그 내 여러 포스트에서 다루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생략하도록 할게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 바로 요방형근(Quadratus Lumborum muscle)인데, 환자들이 허리가 아프다고 할 때 대체로 이 근육쪽을 손으로 가리키게 됩니다.(지난 포스트에서 요통 환자에게 침과 습식(사혈)부항으로 딴딴하게 뭉친 근육을 풀었다고 할 때의 근육이 아마도 이 요방형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때 환자의 요통의 호소는 앉아있다가 일어설 때 묵직하고 뻐근하게 아프다는 것이었는데요, 이 요방형근의 움직임은 사실 외측 측굴을 담당하기 때문에 설령 이 요방형근의 단축이 있었다면 그 환자는 앉아 있다가 일어설 때 통증이 아니라 오히려 몸을 옆으로 굽힐 때 아프다 내지 몸을 좌우로 회전할 때 불편하다고 표현했을 겁니다.

이 요방형근은 장골능 후면부에서 12번째 늑골과 요추의 횡돌기에 연결되어 있는데, 기본적으로 “자세 유지”에 관여하는 근육입니다. 만약 요추의 문제나 요추간판의 문제로 인해 요추부의 자세를 지지하기 어렵다면 바로 이 요방형근이 (물론 다른 몇몇 근육들과 함께) 단단하게 지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이 요방형근을 눌러보면 굉장히 딱딱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실 이것은 이 요방형근 근육의 병리적 상태가 아니라 ‘약해진’ 또는 ‘지금 문제가 있는’ 요추를 스스로 지탱하려는 바로 “방어적 경직”이라는 것이죠.

제가 과거에 이 환자의 허리 통증을 단순히 근육의 심한 단축으로 보고, 그 단축을 병리적인 상황으로 파악해서 부드럽게 풀어 버렸으니, 실제로는 안간힘을 써서 요추를 지탱해주고 있었는데 그 지탱하는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진짜로 주저앉아 버리게 된 것이죠.

또한 요통이 근육단축성으로 인해 발생한다면, 기본적인 요추 신경학적 검사 예컨대 하지직거상검사(SLR)이나 좌식 하지직거상검사(seated-SLR) 등에서는 음성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근육단축에 의한 요통의 경우, 해당 근육의 최대 신장(extension)의 범위 끝에서 통증이 나타납니다. 이는 허리통증 외에 그 어떠한 부위의 근육단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허리 통증과 염증

 

일반적으로 급성 요통은 허리를 굽힌 상태 또는 앉아 있다가 허리를 펼 때 갑자기 통증이 발생하거나 허리가 펴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이는 신전 동작에 따른 근육손상이 아니라 굴곡으로 인한 것이며 대개는 근육과 무관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 병리적인 기전을 살펴보게 되면

  • 먼저 허리 굴곡으로 인해 수핵(nucleus pulposus)이 후방으로 이동하여 후방 섬유륜(annulus fibrosus)이 팽륜(bulging)된다.
  • 신전으로 인해 팽윤된 후방 섬유륜에 축성 압박이 가해진다
  • 장시간 굴곡에 따라 섬유륜이 변형되어 바뀐 자세에 신속히 적응하지 못한다.
  • 섬유륜에 지속적인 축성 압박이 가해지고 이 때 섬유륜의 학장된 부분은 비정상적인 위치에 놓인다.

요추의 장애,그것이 허리 추간판 탈출증이든 디스크 내장증이든 척추증이든 요추관 협착증이든 간에 척추 분절에 관련된 근육 장애는 근이질통, 근육단축, 근긴장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며, 이때의 특징으로는 경결띠(taut band)나 발통점(trigger point) 등이 명확하지 않으며 그래서 근육 치료의 예후가 좋지 못합니다.

따라서 급성 요통에서 나타나는 요방형근의 과긴장은 방어성 긴장 또는 보호적 연축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게 됩니다. 이 때는 근육보다는 척추의 분절의 약화 또는 장애로 확인하고 강화시키는 쪽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우수하고 저렴한 가성비 좋은 치료 방법은 심부봉독입니다.

심부봉독은 해당 부위의 피하 조직 그 밑의 근육층 또는 근건 연접부에 최대 5만대1 이하의 저농도 아피톡신 봉독 약침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크게 주입시 불편함도 없으며(약 10-20분 정도의 뻐근한 느낌 정도만) 시술 시간이 짧고, 봉독에 대한 두드러기 같은 과민반응이 별로 없는 비교적 훌륭한 치료법입니다. (주입의 부위와 용량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는 여기서 세세히 설명드리지 못함을 양해해주시구요.)

그 다음으로는 일반적인 침치료법입니다.

이 때 사용하는 침 주입 위치는 요방형근과 같이 단단하게 촉지되는 근육 그 자체는 아닙니다. 해당되는 근육을 지배하는 척추 분절의 치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추의 굴곡을 조장하는 자세를 피하는 겁니다.

장시간의 운전, 공부, 쪼그려 작업하기 그리고 방바닥에 앉아 있는 자세를 피하기(꽃꽂이, 뜨개질, 자수, 퀼트) 등입니다.

Avatar for

OMD Hwang OMD Hwang

안녕하세요~ 새몸처럼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황태현입니다.

저는 2008년부터 면역봉독(아피톡신), 심부봉독과 가열식 화침 그리고 한약이라는 한의학적 방법으로 척추, 관절, 자가면역질환, 신경통 및 연부조직 질환 등을 치료해 왔습니다.
치료가 자신있는 질환으로는 디스크 탈출증(경추, 흉추, 요추), 척추증, 관절염, 테니스 엘보, 대상포진후신경통, 삼차신경통, 후두신경통, 소아 편두통, 천장관절증후군, 산후풍, TFCC, 아킬레스건증, 궤양성 대장염, 역류성 식도염, 위염, 과민성장증후군, 이석증, 메니에르증후군 그리고 비만(다이어트) 등입니다.
이들 질환에 대한 위의 치료방법은 크게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생체의 자생력을 강화하여 조직을 빨리 회복하고 염증을 치료하는 좋은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치료 경험과 과거 작성했던 네이버 블로그 포스트를 바탕으로 지금 이 홈페이지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자주 방문해주시고, 조금이나마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정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의학적 상담이나 진료 예약이 필요하시면, 아래 네이버톡 배너를 클릭해주세요.



답글 남기기

Not logged-in user avatar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찾아오시는 길


찾아오시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