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에르 증후군(Méniére’s syndrome) 또는 메니에르병이란, 1861년 무렵에 프랑스의 의사 메니에르(Méniére)가 학계에 최초로 보고하였는데, 발작성의 현훈증(즉 뱅뱅 도는 어지러움), 난청(청각 저하), 이명 그리고 구토 또는 메스꺼움 등이 주된 임상 특징인 이비인후과 질환입니다.
이 특징적인 증상들 외에도 두통, 이충만감 등도 동반될 수 있는데,
- 메니에르 증후군에서의 두통 양상은 마치 머리가 깨질듯하기도 하고 편두통처럼 좌우 번갈아 생기기도 하며
- 이충만감은 마치 귀 속이 뭔가로 꽉찬 듯하다고 환자들은 호소합니다.
이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구토와 어지러움으로 식사를 잘 하지 못해 단기간에 체중 감소가 생기고 이에 따른 극도의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호소하며 성격도 무척 예민해집니다. 운전은 물론이고 보행시에도 어지러워서 두문불출하는 경향이 생겨 소심해지고 대인 기피도 생기기도 합니다. 메니에르 증후군은 반복적이고 재발성이 있어 만약 사람을 상대하는 사업가 또는 상점 대표라면 재정적인 손실을 입기도 합니다.
메니에르 증후군의 원인
여타의 무슨 무슨 증후군이 다 그러하듯이, 이 메니에르 증후군 역시 그 정확한 원인과 기전 및 병리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림프내 수종(Endolymphatic hydrops), 즉 내림프액의 흡수 장애가 주요 병리현상으로 생각되고 있고 또한 알레르기가 원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어 다수의 학자들은 자가면역성 질환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기타 원인으로는 체내 나트륨의 축적, 전신의 대사 장애 등에 의해서도 발생하기도 합니다.
메니에르 증후군의 증상
- 난청이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인데 주로 한쪽에서만 나타나지만, 병이 진행되면 20-50%에서 양측 귀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 또한 초기에 회전성 현훈이 매우 강하게 나타나는데, “환자들은 땅이 흔들린다, 땅이 내 얼굴로 올라온다” 등으로 표현합니다. 이 증상은 매우 돌발적으로 발생하며 20-30분 가량 지속됩니다. 이 현훈이 발생할 때 환자들은 구토나 메스꺼움도 같이 느끼게 됩니다.
- 이명, 즉 귀 울림은 난청의 정도 비례하는 편이며, 아울러 귀가 먹먹한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 환자들은 그 외에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 뒷목의 통증, 소화장애 등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제가 진료했던 양산의 한의원에 입원하신 남자 메니에르 증후군 환자는 약 2-3주만에 체중이 6Kg 가량 감소되셨다고 하는데요, 이는 구토/메스꺼움와 소화장애에서 초래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메니에르 증후군의 진단
메니에르 증후군은 워낙 임상 증상이 유니크해서 진단이 그리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청력검사와 전기와우검사(electrocochleargraphy, ECoG)를 하기도 하고, 탈수검사(dehydration test) 및 뇌의 CT 또는 MRI 검사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안구진탕 검사에서는 뚜렷한 진단적 요점이 없으나, 간혹 이석증도 동반된다면 한쪽 방향으로 머리를 회전할 때 안구진탕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보행 검사(Gait disturbance test)에서는 급성기를 제외한다면 양성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의 메니에르 증후군
– 동의보감의 기술을 위주로
물론 동의보감에 메니에르 증후군이라는 병명은 나오지 않지만, 이 메니에르 증후군과 유사한 병명의 기술이 있습니다.
頭痛, 每發時, 兩頰靑黃, 眩運目不欲開, 懶於言語, 身體沈重, 兀兀欲吐.
此, 厥陰太陰合病, 名曰: “痰厥頭痛”.
– 두통이 매번 발작시 양 뺨이 푸르스름하고 누르스름해지면서 빙빙 어지러워 눈을 뜰 수가 없고 말할 힘도 없이 나른하면서 몸이 무거워지고 왈칵왈칵 토하고자 한다.
이는 궐음과 태음병이 합쳐진 병으로 “담궐두통”이라 부른다.
痰暈: ‘痰’盛, 嘔吐, 頭重不擧. 眩而悸是’飮’.
– 담훈: 담이 가득 생기면 구토하며 머리가 무거워 들 수 없다.
어지러우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이를 음이라 한다.
東醫寶鑑, 頭門
모두 동의보감에서 기술된 것인데요, 한의학에서는 담궐두통, 담훈이라는 질병 범주로 매니에르 증후군과 증상이 무척 흡사함을 알 수 있겠습니다.
위의 기술에서 눈여겨 보실 필요가 있는 단어는 바로 ‘담’과 ‘음’입니다.
합쳐서 담음이라고 한의사들은 더 흔히 표현하는데,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체내에 생긴 비생리적 또는 병리적인 유무형의 산물”로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요사이에는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 등에 “담적”, “위담”이라는 한의학적 병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는데,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스트레스나 피로 등으로 신진대사의 저하로 인해 체내에 노폐물, 독소 등이 침착하는 것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 결과 여러 증상들이 생길 수 있는데요, 주로 소화불량, 식욕감소, 두통, 현훈증, 다크써클, 구토나 메스꺼움, 대변의 변화(주로 설사), 가슴 두근거림 또는 흉통, 속쓰림, 신물 등등입니다.
메니에르 증후군의 치료
먼저 양의학적, 이비인후과 치료 방법을 아는 레벨에서 살펴보면, 약물치료 효과에 대해서 논란이 많다고 하지만, 주로 베타-히스티딘[beta-histidine, 주로 항히스타민제인 디멘히드리네이트(dimenhydrinate), 메클리진(meclizine)과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등]과 이뇨제[치아짓(thiazide) 계열, 아세타졸아마이드(acetazolamide), 요소(urea) 등] 같은 약물요법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이들 약물은 녹내장과 전립선에 문제를 줄 수 있고(베타-히스티딘의 경우)과 청력에 대한 장기적인 효과는 불분명한 것(이뇨제의 경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의학적으로 메니에르 증후군의 치료는 상당히 포괄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데,
- 우선은 환자의 전반적인 소화기능의 회복 및 담적의 제거
- 자율신경계의 조정 치료
- 면역계의 안정 및 보강 등이 주된 치료를 이루고 있고,
부수적으로
- 경추의 교정 또는 치료
- 간의 기능을 개선하는 약침 치료
- 해독요법 등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저의 메니에르 증후군 치료 방법을 제안하자면,
- 담적을 치료한 한약
- 자율신경계의 안정과 조절을 위한 침과 뜸치료
- 면역의 강화를 위한 아피톡신 봉독 치료
- 간 기능 개선을 위해 태반 약침
- 그리고 대장과 콩팥을 경유해 혈액과 수액의 해독 요법 등이 신속하면서도 훌륭한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잠시 언급했던 부산의 메니에르 증후군 입원환자의 경우 치료를 시작한지 불과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이상의 치료법으로 유의성있게 안정과 회복을 보이고 있는 중이랍니다. 추후 다시 이 환자와 이 질환에 대해 포스팅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 메니에르 증후군은 한의학적 치료방법으로 꽤 우수하게 잘 치료되는 편입니다. 다만 대뇌 등에 악성 질환이 없는지 그리고 귀의 이석증 등이 없는지 감별진단에 유의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는 이 메니에르 증후군이 급성기에는 굉장히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를 불안하게 하기 때문에 2주 정도는 입원시켜서 안정과 함께 위의 치료법을 기본으로 집중치료를 하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