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치명적인 약점을 의미하는 말로 ‘아킬레스건’이 비유되곤 합니다.
바다의 신 테티스가 어린 아킬레스를 불사신으로 만들기 위해 스틱스 강에 아킬레스를 담구었는데, 하필 어린 아킬레스의 발목을 잡고 담궜다고 합니다. 그래서 테티스의 손으로 감싼 아킬레스의 발목 부분은 스틱스 강에 접촉하지 않아 가장 취약한 부분이 되고 말았는데, 영화 트로이(Troy)에서 패리스가 쏜 화살에 발뒤꿈치를 맞고 쓰러져 죽는 장면이 나옵니다.
호메르스가 쓴 대서사시에 나오는 이 영웅담은 그 자체로도 무척 흥미진진하지만, 중요한 것은 수 천년 전에도 사람의 발뒤꿈치 힘줄이 상당히 인장력에 취약한 부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무척 강한 힘줄임에 분명하지만, 그러나 갑자기 준비운동 없이 달리거나 점프를 하다가 발뒤꿈치의 이 힘줄이 갑자기 툭 하고 끊어져 버리는 것을 분명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아킬레스 힘줄의 장애, 아킬레스건염, 아킬레스건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아킬레스 힘줄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강력한 힘줄이고 길이는 약 15cm 정도로 비복근의 근복부(belly)가 끝나는 종아리 중간에서 널힘줄로 시작되어 발뒤꿈치뼈(종골, calcaneus)에 부착합니다. 꽤 많은 아킬레스건염 환자분은 걷다가 혹은 막 뛰기 시작할 때 갑자기 종아리 부분에서 “딱” 거리는 소리와 함께 누가 자신의 종아리에 돌을 던져 맞은 듯한 짧고 강렬한 통증이 생겼다고 합니다. 만약 그 후 종아리 근육(비복근, 장딴지근, Gastrocnemius muscle)이 마치 두루마리 휴지 말린 듯 종아리 위쪽으로 볼록 솟아 있고 걸을 수가 없다면 이는 아킬레스 힘줄의 ‘완전’ 파열이 생긴 경우입니다.
아킬레스 힘줄 장애의 증상과 징후 그리고 유관 질환들
아킬레스건 파열은 발뒤꿈치 근처에 통증 및 부종(종창) 그리고 발목을 아래로 구부리거나 보행 장애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만약 완전 파열이라면 발목과 발가락을 들어올릴 수 없고 통증은 오히려 심하지 않거나 없습니다. 힘줄이나 인대의 파열 및 이완에 있어서 통증은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아킬레스힘줄이 끊어지지 않았다면 발뒤꿈치 활액낭염이나 건염과 같은 질환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 활액낭염. 활액낭이라는 이 작은 ‘물주머리’는 뼈와 근육 또는 힘줄 사이에서 운동을 완충하며 마찰을 제한하여 운동을 편하게 해줍니다. 이 활액낭에 생긴 염증과 자극을 활액낭염이라고 하고 발뒤꿈치 종골과 아킬레스힘줄 사이의 활액낭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특히 종골후 활액낭염(Retrocalcneal bursitis)라고 부릅니다. 이 활액낭염은 발뒤꿈치의 통증과 함께 심하게 부어오르는 증상을 만들어냅니다.
- 건염. 아킬레스 힘줄에 생기는 염증입니다. 대개 아킬레스힘줄이 종골뼈에 부착되는 연접부 내지 바로 위 부분에 발생합니다. 보행의 과정에서 발을 뗄 때 혹은 발가락들을 들어올릴 때 통증과 발적 그리고 종창이 생기며, 딱딱거리거나 삐걱거리는 염발음이 들릴 수 있습니다.
- 석회화 건염. 이는 두 번째 아킬레스 건염이 만성화될 때 이 힘줄 부분이 비후화되는 경우인데, 통증과 발적, 그리고 종창은 비교적 덜해지지만 발목의 운동 범위(ROM, Range of Movement)가 감소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과거 구미와 부산에서 치료했던 아킬레스건염 환자 중 일부는 이러한 석회화 건염으로 진행된 분들이 있었는데, 아피톡신 봉독과 화침 등 치료에 다소 저항적이고 예후도 상당히 더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킬레스 힘줄 장애의 원인들
발목의 반복되는 움직임이 이 아킬레스건의 인장강성을 초월할 때 또는 발목의 과긴장 상태에서 갑작스러운 동작(달리기나 공차기 등)을 하다가 손상이 생기곤 합니다. 또 너무 종아리의 비복근이 약화된 상태에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양측성 아킬레스 힘줄의 장애의 경우라면 척추관절의 병증 즉 허리 디스크나 퇴행성 척추증, 협착증 등이 악화인자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아킬레스 힘줄 장애의 진단
만약 위의 증상들이 있다면 아킬레스 힘줄의 장애를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형외과적 검사는 아킬레스건의 X-ray, 초음파, 또는 MRI를 할 수 있는데요, X-ray는 아킬레스 힘줄을 진단한다기 보다는 발목과 발의 뼈 골절 유무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고, 초음파와 MRI는 힘줄의 파열이나 활액낭 등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검사법입니다. 한의원에서는 의료법상 아직 X-ray 등의 검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 압진이나 진찰(발가락으로 서기 등)을 통해 검사하고 필요하다면 영상의학과적 검사를 의뢰하기도 합니다.
아킬레스 건증의 치료법
일반적으로 완전 파열인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 방법을 해야 합니다. 그것도 초음파 검사나 MRI 등으로 가급적 빠르게 확인해서 수술을 해야 예후가 좋게 됩니다. 이 경우는 한의원에서 진행할 수 없으며 시설과 경험이 많은 정형외과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편 아킬레스건염이나 활액낭염의 경우는 수술적인 방법이 꼭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부 코티코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건 파열의 위험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참고로 아래 링크는 의학계의 논문을 검색할 수 있는 외국계 사이트인데요, 스테로이드 주사 이후 공통수지신전근건(팔꿈치 외측 힘줄)의 파열과 관련된 논문 웹페이지입니다. 지난 테니스엘보 포스팅에서 링크해 드렸는데요, 영문 해석이 되신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Full Text 링크입니다(PDF 파일이 새탭에 오픈될 것입니다).
1) 아피톡신 면역봉독요법
아피톡신 즉 면역봉독 치료방법은 서양 꿀벌에서 취한 독을 정제 필터링한 봉독액을 사람의 과민도에 따라 아픈 부위에 적당량 시술하는 방법이 되는데, 주로 근골격계의 염증, 통증 등을 치료하는데 큰 효과가 있습니다.
아킬레스 힘줄염에 이 아피톡신은 해당 힘줄 부위에 시술하고 또한 발뒤꿈치의 신경분절에 따라 요추 4, 5번 부위에 피내로 시술하기도 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 벌침에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알레르기 스킨 테스트(Allergic Skin Test, 위의 사진)를 시행한 후 최적화된 용량과 농도를 선택하여 시술하게 됩니다.
2) 가열식 화침 요법
가열식 화침 요법, 또는 가열침법은 전통적인 화침 또는 번침의 불편함을 개선한 방법으로 인대, 힘줄, 근막, 섬유성 관절낭 등의 연부조직의 이완 또는 부분 파열에 사용하는 방법으로 아킬레스 건증에도 시술하게 됩니다.
비록 침을 삽입할 때와 침에 가열할 때 자극감도는 꽤 강하지만, 인대나 힘줄 등의 인장강성을 회복하는데 매우 좋은 효과를 보입니다. 다만, 정확한 지점의 파악과 정확한 가열 시간 등을 준수해야 하고 경험있는 한의사에게서만 시술받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침의 깊이가 해당 연부조직의 근-건 연접부 또는 건-골막 연접부까지 다소 깊기 때문에 심부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멸균, 소독 처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3) 한약
인대나 힘줄 등의 연부조직들은 인장강성이 그 본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장강성 또는 인장강력은 인장력에 대항하는 힘을 의미하는데, 쉽게 말하자면 외력에 대해 연부조직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주는 성질 내지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킬레스 건증 또는 아킬레스 힘줄염 환자들은 비단 아킬레스 힘줄만 약화된 상태가 아니라 전신의 인대와 힘줄들은 대체로 모두 약해진 상태입니다. 다만 아킬레스 힘줄 부위가 상대적으로 더 고통스럽고 힘들기 때문에 다른 부위에서는 이상(malfunction)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죠. 특히 여성으로 출산력이 있거나 연세가 고령인 분들은 각별히 인장강성이 약하다고 사료됩니다.
따라서 전신의 연부조직에 영양을 공급하고 그래서 인장강성을 좋게 하는 한약들의 사용은 일정 기간 요구됩니다. 주로 한약 본초학적으로 보간신 강근골 하는 약재들, 예를 들어 오가피, 우슬, 토사자, 흑지마, 구척, 산수유, 상기생, 속단 등은 전통적으로 요통, 발뒤꿈치 통증, 손목 통증, 어깨 통증에 많이 사용하는 약재가 되겠습니다.
아킬레스 힘줄 장애의 예방법
운동 전 또는 걷거나 달리기 전에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 힘줄을 충분히 스트레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이 질환이 일반인들의 조기 축구 나 족구 경기를 할 때 제대로 준비운동도 없이 갑자기 뛰어나가 공을 뻥~ 차다가 잘 발생합니다.
따라서 준비 운동과 또한 마무리 운동 및 평소 종아리 강화운동은 꼼꼼히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장시간 운동 후에는 크게 불편하지 않더라도 발뒤꿈치에 얼음찜질을 하면 좋겠습니다. 만약 중년 이상의 나이대의 사람이라면 너무 격렬한 운동들보다는 수영이나 자전거 등 아킬레스 힘줄에 충격이 덜가는 운동 종류로 바꾸는 것도 좋습니다. 어쨌든 운동이란 건강에 유익한 행위이니까요.
그리고 만약 아킬레스 힘줄에 문제가 생겼다면, 절대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할 필요가 있습니다. 힘줄에 생긴 염증들은 자가 회복 기전으로 인해 석회화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석회화 건염은 발뒤꿈치든, 어깨 회전근개든, 팔꿈치든 잘 낫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