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얻어 맞았던, 마음을 얻어 맞았던 살면서 ‘머리’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두통은 매우 다양한 원인에서 생기는데, 그 중 두통의 왕은 단연 편두통이 될 겁니다.
고전적 편두통의 증상
편두통의 증상을 간단히 살펴보면,
- 머리 한쪽으로 아프지만, 편두통 환자의 약 40%는 양쪽으로 통증을 느낀다고 합니다.
- 통증의 양상은 심장 뛰듯하는 박동성입니다.
- 통증이 주기적으로 발생합니다.
- 약 15%에서 편두통이 나타나기 전에 감각성 전조증( Sensory aura)가 생기곤 합니다. 이에 대한 증상으로는 눈부심, 시야에 검은 점이 나타나는 등 빛이나 소리 등 감각이 예민해지고 구토나 메스꺼움이 동반되기도 하며, 팔다리의 저림 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들 증상은 짧게는 몇 시간에서 심하면 몇 일간이나 지속되기도 합니다.
여성에서는 이러한 편두통 증상들이 월경 전에 월경전증후군(Premenstrual Syndrome, PMS)의 여러 증상 중 하나로 더 심해지기도 합니다.
소아 편두통?
어린아이들의 편두통은 전형적으로 소아기, 청소년기 혹은 청년기에 시작해서 점차 통증의 빈도와 강도가 약해진다고 합니다. 미국 통계를 보면 약 4%에서 10%가 소아 편두통을 앓는다고 하는데요, 통증도 통증이거니와 부모님들의 걱정, 안타까움 그리고 아이들의 진료를 위해 병원 응급실로 오가는 동안 발생하는 산업적 손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소아 편두통은 성인보다 짧게 약 1시간에서 3시간 가량 지속되지만, 이 통증을 소아들이 견디기에 힘들 수 있고 메스꺼움, 구토, 어질함 그리고 빛에 대한 시각적 과민성이 증가하여 매우 부모와 아이들 모두 불안하게 만듭니다. 특징적으로 소아 편두통은 머리의 양쪽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상대적으로 감각 전조증은 덜합니다.
소아 편두통의 증상을 살펴보면,
- 전조증으로는 하품 정도로 가볍거나 없음
- 졸림 또는 안절부절 못함
- 초콜릿, 핫도그, 달콤한 스낵, 요쿠르트 같은 음식의 갈망
- 물론 통증, 다만 너무 어린 아이들은 그 통증에 대한 표현을 못 해 자꾸 짜증만 내기도 합니다.
3번 증상에서 와전 또는 비약으로 인해 평소 이런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들에서 편두통이 잘 생긴다고 하기도 합니다. 어찌되었건 성인 편두통에 커피나 알코올(와인)이 편두통의 유발 또는 악화인지가 되는 반면, 소아에서는 초콜릿, 인스턴트 음식, 사탕 등이 소아 편두통의 유발인자 내지 악화인지가 된다고 보는 것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봅니다.
한의학적으로 두통은 풍한, 풍열, 담적이나 어혈이 원인이 되는 실증 편두통과 기허, 양허가 원인이 되는 허증 편두통으로 일반적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가 부산에서 한의원 진료를 할 때 소아 편두통 환아들은 대개 더 어릴적 부터 영민하고 소화력이 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소아 편두통 변증명은 기허로 진단될 수 있고 치료는 기운을 보강하면서 조기 교육 등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소아 편두통의 K-med 치료
제가 사용하는 편두통의 일반적인 치료방법은 두경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스트레스를 풀고 안정을 도모하는 한약 치료와 면역봉독(아피톡신)치료 그리고 간기능을 개선하는 자하거약침(태반약침) 요법 그리고 침과 뜸 치료 등입니다.
하지만 소아들은 약침기(주사기)나 침에 대해 극도의 공포감을 느끼게 되고 오히려 이것이 또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치료법의 선택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즉 면역봉독이나 자하거약침, 그리고 침과 뜸은 현실적으로 시도하기 조차 곤란합니다. 예전에 부산에서 진료할 때 내원했던 소아는 대학병원에서 소아 편두통으로 진단받아 고생했던 만 2세의 아이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아이에게 침과 약침을 시술하는 것은 너무 가혹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약 처방의 운용 역시 성인이 복용할 수 있는 쓴 맛의 한약재는 최대한 배제하고 그나마 맛이 괜찮은 한약재를 선택하여 조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침 대신 피내침을 이용해서 열결이나 합곡 같은 경혈에 시술하고 뜸은 전자뜸 같이 너무 뜨겁지 않은 뜸을 시술하게 됩니다.
부모님에게 드리는 팁(Tip)!
요즘 아이들은 제가 초등학교 시절보다 훨씬 더 스트레스가 심한 시절에서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공부, 영어, 한자, 운동 등등. 이러한 학습에 대한 부담은 아이들의 민감성에 따라 큰 스트레스로 느껴질 수 있고 이는 또한 아이들의 자그마한 몸의 근육, 내장, 혈액 순환 장애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소아에서 편두통이라는 “특이한” 질환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따라서 만일 내 아이가 어느 날부터 눈을 찌푸리고 힘들어하고 보채고 두통을 호소한다면, 그 아이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스트레스를 이미 넘어선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때때로 이 경우 소아 편두통의 실체적인 치료보다는 학습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어쩌면 더 큰 치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