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안에는 후신경과 더불어 모세혈관(정맥총)들이 촘촘히 분포하고 있습니다.
이 정맥총들(키셀바하 정맥총, Kiesselbach’s plexus) 때문에 코 안에는 항상 축축하게 유지될 수 있고, 꽃가루 등에 코 점막이 민감하게 반응하여 콧물, 재채기, 비강 충혈 등 알레르기 비염 증상이 잘 생기게 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코피’인데요, 어린아이들은 무심코 혹은 습관적으로 코를 후비거나 코안에 어떤 조그만 물체(주로 땅콩)를 넣는 경우가 많지요. 그 과정에서 혈관벽이 약한 키셀바하 정맥총을 건드리면서 코피가 잘 생깁니다.
그런데, 코를 후비거나 자극하는 습관이 없는 아이들에서도 코피가 자주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는 한의학적으로 진찰하면 대개 ‘열(火熱, 화열)’이 많거나 ‘기가 약(氣虛, 기허)’한 경우에서 발생합니다.
중국 송나라 명의였던 전을은 소아는 “양상유여(陽常有餘)하다”라고 하여 항상 몸에 양기 혹은 화열이 많은 상태로 묘사하였는데요, 그러다 보니 날씨가 더워지는 계절이나 열감기 등에서 코피를 잘 쏟아내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머리와 얼굴로 상승하는 화와 열을 진정시키는 처방들, 주로 육미지황탕이나 청열탕 등을 복용하면 몇 첩 복용하지 않아도 꽤 신속하게 좋은 효과를 내게 됩니다.
반면 어린아이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피곤해하고 기운도 적고, 밥도 적게 먹으면서 대변도 무르게 보는 아이에서 특이하게 잦은 코피를 보인다면, 이 경우는 화열이 많아서가 아니라 “기운이 약”해서 발생하는 코피입니다. 이 경우에는 냉성 한약재인 석고, 황금, 치자 등의 한약재를 쓰게 되면 오히려 체력과 기운이 더 약해져서 패증이 생깁니다. 반대로 인삼, 황기, 녹용, 숙지황 등 보기(補氣, 기운을 보강)하면서 보조적으로 지혈시키는 약재를 쓰게 됩니다. 이 기허에 해당하는 소아들은 당귀나 천궁, 우슬과 같은 약재는 오히려 활혈(피의 순환 작용을 촉진) 작용의 약재는 좋지 못합니다. 참고로 이런 약재는 하혈을 주로하는 자궁근종에서도 좋지 못합니다.
물론 특이한 질병들도 있습니다. 혈우병이나 알레르기성 자반증 등 대표적인데, 혈우병의 경우는 유전적인 문제로 혈액응고 장애로 발생하는데 여자에게는 없습니다(태아에서 사산됨). 알레르기성 자반증은 사실 코피보다는 피부 멍 같은 출혈성 반점이 더 대표적인 증상이 될 것입니다. 잘 멎지 않는 코피가 자주 된다면 이런 질환들도 의심해 보셔야 합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흔한 경우는 코를 파고 코안에 작은 물체를 넣는 등의 행위이므로 부모님들은 유심히 살펴보시고, 지도를 해주셔야 합니다. 지도를 할 때가 중요한데, 코를 만질 때마다 혼을 내시면 곤란합니다. 대신 코를 만지지 않으려 노력할 때 격려와 칭찬(Supportive care)을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