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들고 나르던 물건이었는데 그 날 따라 왠일인지 무심코 물건을 번쩍 들다가 ‘번쩍’하고 허리에 통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는 허리를 숙이는 것은 물론 몸을 꼼짝도 하기 힘드네요.
통증도 뭔가 찢어지는 듯한 강렬한 통증이구요, 평소에 오래 앉아 있다가 생기는 뻐근한 허리통증과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서 있는 건 차라리 덜 한데, 앉아있기가 너무 힘듭니다.

“담이 붙었구나!”라고 흔히들 생각하시죠. 그래서 약국에서 가서 파스도 사다 붙이고, 소위 ‘담약’도 사 먹습니다.

그런데도 차도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우선 허리 척추뼈 주변의 인대 손상을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허리 주변의 인대에는 극간인대(interspinous ligament), 극상인대(supraspinous ligament), 장요인대(iliolumbar ligament), 그리고 천장인대(sacroiliac ligament)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허리를 숙여 물건을 들다가 삐끗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극간인대, 극상인대의 손상이 가장 흔한 편입니다. 반면 장요인대와 천장인대는 제 임상 경험상 자세, 출산, 허리병변의 속발성 변화 등으로 비교적 외상이 덜한 경우에 만성적으로 손상되는 인대일 가능성이 높답니다.

(Anne M.R. Agur. GRANT’S Atlas of Anatomy. 10th ed. Lippincott Williams & Wilkins, Can. 1999. p263)

(Anne M.R. Agur. GRANT’S Atlas of Anatomy. 10th ed. Lippincott Williams & Wilkins, Can. 1999. p268)

이 허리 주변의 인대, 특히 극상인대나 극간인대의 손상은 통증의 정도가 허리근육통보다 심하여 병 자체로는 무난한 편이라도 한동안 꽤 애를 먹는답니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는 처음 내원하셨을 때 가볍게 허리 주변 근육에 침이나 뜸, 부항 치료, 파스 등을 붙여보고 다음 날에도 별 차도가 없다면 화침 치료를 고려합니다. 화침이란 이전 포스트에서도 꽤 많이 언급하였는데요, 일반적으로 인대의 이완이나 염좌, 부분 파열의 경우 꽤 빠른 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답니다.

극간인대에 화침을 할 때는 볼펜 끝으로 척추 극돌기 사이를 눌러보고 강한 압통을 느끼는 지점을 표시한 후 다소 굵은 침을 삽입하고 침체에 열을 가열합니다. 가는 침은 열을 가했을 때 끊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정 굵기 이상의 침이어야 하는데요, 때문에 통증은 좀 강한 편이랍니다. 시술 후에는 당연히 소독 및 멸균 거즈로 덮어 감염과 화상을 방지합니다.

이 극간인대 화침 시술은 또한 선천적인 척추분리증(spondylolysis)이 동반되지 않은 척추전방전위증(spondylolisthesis), 즉 가성(혹은 퇴행성) 척추전방전위증(pseudo- or degenerative spondylolisthesis)에도 효과가 있습니다. 아래의 그림에서는 요추 4번뼈와 요추 5번뼈 사이가 전방전위의 면(level of slip)이라고 합니다. 즉 요추 4번뼈가 전방전위된 것이죠. 척추전방전위 면 아래로 계단(붉은 점선에서 꺽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가성 척추전방전위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허리 인대 염좌인 경우에는 한 차례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구요, 조금 중증의 경우에는 1주일 간격으로 약 3차례 정도 시행합니다. 다만 허리 디스크나 퇴행성 혹은 척추관협착증에는 큰 효과가 없거나 전혀 효과가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정밀한 진단과 정확한 치료가 필요하구요, 한의사가 아닌 비의료인에게 시술은 받으시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