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골신경통의 증상과 원인
- 혹시 뒤호주머니에 지갑이나 스마트폰을 불룩하게 넣고 다니시지 않으세요?
- 바로 서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한쪽 다리를 기울여 짝다리로 서 있는 버릇은 없으신지?
- 앉아 있을 때 폼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지 않으신가요?
- 너무 여성스럽게 양 무릎을 모으고 옆으로 돌려 앉는 습관이 있으세요?
(작가 mugley, 출처 Flickr. 이런 여성스러운 자세는 좋지 않아요~)
반드시는 아니지만, 상당수 이런 자세나 행동을 하시는 분들에게서, 주로 젊은 층에서 ‘좌골신경통(sciatica)’이 잘 생기기 쉽습니다. 좌골신경통은 질환명이라기 보다는 신경통의 한 경우인데요, 좌골신경에 어떤 이상이 생겨 엉덩이와 허벅지 혹은 종아리까지 당기고 아프고 때로는 저리는 이상감각이 생기는 병입니다.
좌골신경(sciatic nerve)은 허리 4,5번 신경과 천추 1,2,3번 신경이 합쳐져서 엉덩이(바깥쪽)를 거쳐 허벅지로 내려가는 꽤 굵은 말초신경의 하나입니다. 이 신경이 시작부분에서 내려가는 경로 중 어느 조직이든지 이 신경을 자극, 압박, 염증을 일으키면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작가 STUART_BURNS1, 출처 Flickr. 이상근 테스트 자세와 비슷한데요, 이상근 증후군이 있을 때는 위의 사진처럼 하면 아파요~)
좌골신경통의 흔한 증상으로는,
- 엉덩이 부위의 통증과 저림 증상
- 허벅지와 종아리의 당김 증상
- 허리를 숙이거나 좌우로 틀 때의 통증
- 좌골신경을 따라 통증과 저림 증상
- 오래 앉아 있을 경우 엉치쪽의 통증
- 걸을 때 엉덩이, 허벅지 부위가 당기고 아픈 증상 등입니다.
언뜻 보면 허리 디스크 증상과 많이 닮아 있는데요, 그래서 허리디스크로 오인하고 잘못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정밀검사를 하던지 해서라도 꼭 감별해야 합니다.
그런데 좌골신경통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첫째, 허리 디스크. 튀어나온 허리 디스크가 좌골신경의 출구에 압박 혹은 염증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또 요추관협착증으로 척수신경을 폐색시켜도 생길 수 있구요. 나이드신 분들이 좌골신경통, 좌골신경통하는 것은 바로 이 경우가 됩니다.
- 둘째, 천장관절(인대)의 장애. 주로 출산 시 혹은 후에 조리가 잘못되어 생기는 산후풍의 일종으로 많이 생깁니다. 이 인대는 왠만해서 외상으로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 편입니다.
- 셋째, 이상근 증후군. 이상근(piriformis muscle)이란 엉덩이 근육 아리에 있는 꽤 작은 근육으로 천골의 전면 마진에서 시작해서 대퇴골의 대전자(Great trochanter of femur)에 붙어 고관절의 외회전에 관여하는 근육인데요, 이 근육이 단축되면, 즉 뭉치게 되면 그 아래로 내려가는 좌골신경을 압박해서 좌골신경통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 넷째, 더블크러쉬증후군(double crush syndrome). 이 병은 쉽게 말해 허리디스크와 이상근 증후군이 함께 있는 증후군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즉 허리디스크에 의한 척수신경의 염증 그리고 이상근의 좌골신경의 압박이나 폐색이 같이 생겨버린 병입니다. 각각의 병이 정도는 심하지 않아도 두 병이 합해져서 통증의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나 할까요? 환자는 굉장히 불편해 합니다.
이 각각의 경우들이 모두 좌골신경통을 발생시키는데, 치료는 당연히 각각을 감별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치료에 대해서는 다음편까지 조금만 더 기다리시고, 우선 먼저 간단히 감별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작가 The Wedding Traveler, 출처 Flickr)
일단 허리디스크에 의한 좌골신경통은 허리의 통증과 운동장애가 우선 먼저 나타나고 그 뒤를 이어 좌골신경통이 나타납니다. 아무리 빠르다 해도 대략 72시간 정도는 걸려야 다리의 증상이 생기게 되죠. 따라서 허리가 아프고 허리를 굽히거나 앉아 있을 때 또는 앉았다 일어설 때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면서, 허리르 숙이거나 젖히는 것이 힘든다면 허리 디스크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하지직거상 검사나 Slump test 등으로 진찰할 수 있구요, MRI로 확진을 내립니다.
문제는 허리 디스크 탈출로 인한 좌골신경통의 정도는 탈출된 수핵의 크기와 질적으로 연성(soft)/경성(hard)이냐, 신경근의 후관절 부위에 고착 정도 그리고 신경의 염증 정도에 의해 결정되므로 MRI상에서 디스크 탈출 정도에 의해 좌골신경통의 심하기를 추정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다음으로 천장관절인대의 장애는 천골과 장골 사이에 결합된 매우 강력한 인대가 이완된 장애인데요, 아시다시피 인대의 문제는 소위 말하는 ‘삐끗’해서 생기지만 이 천장관절인대의 문제는 매우 질긴 인대라 쉽게 다치지는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신 여성의 출산 과정에서 벌어진 골반의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산후풍이 되겠죠.
그런데, 이 천장관절인대의 문제로 인해 좌골신경이 압박 혹은 염증이 생길 가능성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해부학적으로 크게 오버랩되지는 않거든요. 신기한 것은 이 천장관절인대를 1~2번 치료하면 좌골신경통이 싹 사라지는 경우가 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천장관절인대의 문제는 어떻게 진단하죠? 현재까지는 뚜렷이 진찰/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정황상 가부좌(양반다리)가 안된다든지, Patrick test에서 양성소견이 나타나면 추정은 하는데, 여기에 이상 소견이 있다고 해도 좌골신경통이 반드시 천장관절인대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여러 가지 치료를 해보고 나서 치료효과가 뚜렷하지 않으면 그 때 화침을 사용해봅니다. 그래서 효과가 나면 그 때서야 확진을 내리게 됩니다.
(김현우 한의사의 2011년 “티칭지 강의” 자료집에서 발췌)
그 다음은 이상근증후군입니다. 이상근에 문제가 생기면 고관절의 외회전이 안됩니다. 고관절의 외회전이란 다리를 축으로 바깥으로 돌리는 운동을 말하는데, 쉽게 설명하면 제기차기가 잘 되지 않습니다. 이 경우들은 주로 한쪽 다리만 꼬고 앉는다든지, 짝다리를 오래 서있는다든지 하는 경우에서 문제가 잘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Double crush syndrome가 있는데, 쉽게 말해서 허리 디스크나 협착증+이상근증후군이 함께 있는 중증의 장애라고 보시면 됩니다. 치료는 물론 허리 치료와 이상근 혹은 천장관절인대까지 모두 치료해야 하는 ‘대공사’가 필요합니다.
이제 오늘의 주제인 좌골신경통의 증상과 감별진단에 대한 설명을 마쳐야 할 것 같은데요, 정리하자면 좌골신경통은 신경통의 한 종류이며 비유하자면 ‘빙산의 일각’이고, 그 수면 아래의 기저 질환에 대한 개별적인 치료를 통해 완전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좌골신경통은 쉽게 잘 치료되지만 오늘날 환자들은 기저 질환들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때로는 오래 걸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삐딱하게 배치한 컴퓨터 모니터를 장시간 보면서 작업하여 척추가 틀어지고 골반이 삐뚫어지는 젊은 환자들이 많이 걸리는 신경통이므로 반드시 스스로 자세의 교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