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환경의 문제 때문인지, 체질의 변화 때문인지, 혹은 너무 청결해서인지 모르지만 아토피나 건선, 습진과 같은 난치성 피부 질환 환자분들이 많이 증가했습니다. 이 질환들은 병의 경과가 만성적이고 겉에 드러나는 문제라 여간 불편하지 않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에서 생기는 태열, 아토피는 부모의 입장에서 굉장히 안타깝고 가슴 아픕니다.
(작가 mtthompson, 출처 Flickr)
일반적인 피부과 의원의 치료법은 주로 외용연고, 내복약물, 주사 등일텐데요, 주 성분들이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항생제 등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수의 부모님들 혹은 당사자들은 이런 류의 치료법들은 단기간이나 급성기에만 잠시 쓰고 오랜기간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더 ‘독’이 된다는 사실을 요즘은 점차 인지하고 계신 듯 합니다.
스테로이드제는 잘 쓰면 명약이지만, 남용하면 해로움이 더 클 수 있다는 인식이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몇 가지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제가 군입대해서 훈련병 시절, 무척 더워지는 6월 경에 갑자기 얼굴과 가슴에 인설, 가피를 동반한 피부염이 발생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꽤 심한 상태였습니다. 국군논산병원에 외진을 갔는데, 군의관이 진찰하고는 주사와 약물처방을 해주었고, 처방전을 보니까 당연히 스테로이드제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단 한번 엉덩이 근육 주사 맞고 그 다음 날부터 너무 신기하게 피부염이 거의 대부분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연고 처방도 받았는데, 한 3~4일 바르고 말았습니다. 다 나아서 더 바를 필요도 없었거든요.
정말 스테로이드 효과는 강력하구나! 느꼈습니다.
이렇게 빠른 작용을 하는 스테로이드는 적절한 경우 적절하게 쓰면 매우 훌륭한 효과를 보인답니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전 없이 임의로 사용한다던지, 과다 혹은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부작용 또한 큰 치료제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우리 몸의 부신피질이라는 곳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고 있습니다. 이 호르몬은 일종의 스트레스 호르몬인데요, 우리 몸의 각종 기관, 장기의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고 염증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이 ‘자연산’ 호르몬 역시 과다하게 분비되면서 면역기능 등에 역효과를 내는데요, 병의원에서 처방하는 스테로이드는 자연산이 아닌 ‘합성’ 호르몬으로, 피부질환, 감염이나 염증질환, 자가면역질환, 통증, 천식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만약 장기적으로 스테로이드제를 쓴다면 득을 넘어 해를 끼칠 수 있는데요, 피부 질환, 주로 아토피, 건선, 습진 등에 연고제로 장기간 사용할 때 생길 수 있는 몇 가지 부작용을 살펴보겠습니다.
- 주사비(Rosacea, 딸기코), 구강주위 피부염(perioral dermatitis), 좌창(acne, 여드름)
- 피부 위축. 모세혈관확장증(telangiectasia), 성상 가성반흔(Stellate pseudoscars, 주로 팔, ‘성상’이란 별모양이라는 뜻), 자반증(purpura, 붉은 출혈성 반점) 등을 동반
- 잠행성 진균증(Tinea incognito, 육안으로는 아닌데 검사상 진균이 검출되는 백선 질환, 무좀과도 비슷), 잠행성 농가진(impetigo incognito, 검사상 세균이 발견되는 농가진으로 화농과 가피를 같이 가지고 있는 피부감염증), 잠행성 개선증(scabies incognito, 검사상 개선충, 즉 옴진드기가 생기는 병)
- 안구 고혈압(Ocular hypertension), 녹내장, 백내장
- 알레르기성 접촉성 피부염
- 전신성 흡수불량증
- 화상, 가려움, 자극감, 건조감
- 한선(Miliaria, 땀띠), 모낭염(folliculitus)
- 피부창백(Skin blanching), 급성 혈관수축으로 인해서
- 반동현상(Rebound phenomenon), 즉, 연고를 중단했을 때 갑자기 더 악화되는 현상
- 난치성 하지 궤양(Nonhealing leg ulcers). 다리 궤양을 치료하기 위해 바른 스테로이드가 오히려 치유과정을 후퇴시키는 현상
- 저색소침착(hypopigmentation). 피부 멜라닌이 부족해 색소침착 저하증이 생김. 심한 경우 백반증.
- 다모증(hypertrichosis). 안드로젠 호르몬이 영향을 주지 않는 부위, 즉 이마, 뺨, 턱 등에 털이 자라는 병
등입니다. 이 내용은 Thomas P. Habif, Clinical Dermatology, 4th ed. Mosby에서 인용했습니다. (사진도 컬러로 있는데, 저작권 때문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정리하면, 스테로이드 연고는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쓰는데, 피부 면역력의 억제로 인해 오히려 세균이 더 많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구요, 또 혈관을 확장시켜 모세혈관확장증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늘 피부가 붉으스름해지고 혈관벽이 얇아져 멍이 잘 생깁니다. 또한 피부 콜라겐 층이 얇아져 피부가 위축되고 얇아집니다. 손가락으로 피부를 집어올려 보면 마치 비닐을 집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됩니다.
이러한 스테로이드 연고는 강도에 따라 등급이 있는데요, 가장 강한 1등급에서 가장 순한 7등급까지 있습니다(미국 기준). 각각의 연고 선택 및 주의사항을 살펴보면(역시 위의 책 인용)
- 건선이나 손의 습진인 경우 가장 강력한(superpotent) 1등급 연고(Clobbetasol)를 쓰는데요, 절대로 얼굴, 겨드랑이, 사타구니, 유방 아래부위에는 바르시면 안되구요, 사용 기간도 14일을 넘어서는 안됩니다.
- 아토피 피부염(성인)에서는 2 & 3 등급 연고(Diflorasone, Desoximetason)를 쓰구요, 역시 얼굴, 겨드랑이, 사타구니, 유방 아래부위에는 바르시면 안되고, 사용 기간은 21일을 넘지 않도록 합니다.
- 아토피 피부염(소아)에서는 4 & 5 등급 연고(Triamcinolone, Hydrocortisone Valerate)를 쓴다고 하구요, 사용 기간은 7~21일 이내로만 바르고, 접친 피부 부위에 사용하는 것은 피하여서 합니다.
- 눈썹 피부염(eyelid dermatitis), 기저귀 발진에서는 6 & 7 등급(Desonide, Hydrocortisone)을 쓰는데요, 28일 이내 반응이 없을 때는 중단하여야 합니다.
이들 연고제는 이름에 “~솔”, “~손”, “~코트”, “~베이트” 등으로 접미사가 붙는 경우가 많아서, 이름만 보시면 대략 ‘스테로이드 연고겠구나’하고 깨달을 수 있습니다. 대략 살펴보면, 캄비손, 마데카솔, 반디손, 아미솔, 유모베이트, 트리코트, 큐티베이트, 데타손, 타미코트, 데옥손, 프로코트, 베타베이트, 나나솔 등입니다. 그 외에도 많이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처방받은 연고 박스 내의 설명서를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