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외과 질병 용어는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아킬레스 건염, 테니스엘보우, 골프엘보우, 방아쇠수지, 망치족지 등등!!
오늘 다룰 이 병 역시 재미있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거위족건염(pes anserinus tendinitis)!
(위의 그림은 무어, 임상해부학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가운데 부분에 “거위발”이라고 표기된 부분이 바로 “거위족” 힘줄입니다. 우측에는 힘줄을 완전히 제거한 사진입니다.)
이 병은 무릎의 내측 경골면에 세 개의 근육의 힘줄이 닿는 부위에 생긴 질환인데요, 반건양근(semitendinosus muscle), 봉공근(sartorius muscle), 박근(gracilis muscle)이 경골의 내측면에 공통적으로 부착하는 부위를 거위족건(pes anserinus tendon)이라고 하고 이 부위에 기계적 장애 혹은 신경인성 염증이 생겨 붓고 아픈 병을 거위족건염(pes anserinus tendinitis) 혹은 거위족건증(pes anserinus tendinosis)이라고 부릅니다.
세 개의 근육이 닿는 모습이 거위발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요.
(Grant’s Atlas of Anatomy에서. 폰카로 촬영)
이 병에 대해서는 여타 정형외과학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다루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이 곳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구요, 또한 이 부위의 문제가 장차 내측인대에 2차적인 압박이나 염증을 야기하고 더 나아가 내측 반월판에 부하를 가해 퇴행성 무릎관절염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거위족건염은 가장 흔한 원인이 외상인데요, 길을 걸어가다가 하수구 멘홀이나 움푹 파인 곳에 발을 헛디딘채 몸을 바깥쪽으로 틀다가 이 부위의 힘줄을 다친 경우, 혹은 스키를 타고 내려가다 앞의 초보 스키어(skier)를 피하려고 몸을 틀다가 이 부위를 다친 경우, 혹은 큰 교통 사고로 인해 무릎의 안과 밖의 여러 인대, 힘줄이 동시에 다친 경우 등입니다.
이러한 외상이 아니라면, 이 증상들은 Dr류마의 임상 경험상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더 많은 것으로 관찰되는데요, 그 이유가 남녀의 골격 구조상의 차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됩니다.
골반뼈의 위앞엉덩뼈가시(상전장골극, anterior superior iliac spine, ASIS)와 슬개골 가운데를 잇는 선 및 경골조면의 가운데를 지나는 선 사이의 각도를 Q각(Q-angle)이라고 하는데, 이 Q각은 골반이 넓은 성인 여성의 경우 상대적으로 더 크게 됩니다.
(이 사진은 무어의 임상해부학에서 촬영하였음)
위의 사진을 보면 우측 무릎의 Q각은 더 넓은 것을 알 수 있는데, 골반뼈 자체가 큰 여성에서 이러한 넓은 Q각을 형성하기 쉽고 더 진행되면(17°이상) 내측 인대에 과도한 긴장이 가해지면서 병행해서 이 거위족힘줄에도 무리가 오게 됩니다. 이러한 비외상성 거위족건염은 여타의 진통소염제나 물리치료에 좋은 효과를 보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병명은 거위족건염 혹은 거위족힘줄염이라고 해서 “~염”이 붙어 염증성 질환이므로, 소염제에 반응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염증성 장애라기 보다는 기계적 장애의 속성을 가지고 있고, 붓고 압통이 있는 것은 ‘염증’이라기 보다는 ‘염증성 반응’이 아닐까 Dr류마는 추측합니다.
따라서 거위족건염이라는 말보다는 거위족건증이 더 적합하다고 봅니다.
(꽤 많이 부어 있죠? 무릎에 소위 말하는 물이 자주 차서 물도 많이 뺐다고 하세요. 즉, 관절삼출액이 많아 관절 천자술을 했다는 뜻입니다. 거위족건에 문제가 생기면 저렇게 일정한 간격으로 압통 라인이 나타납니다. 주로 볼펜의 끝이나 압봉을 이용해 정확한 통처를 파악하고 표시합니다)
그래서 이 거위족건증을 치료할 때 일차적으로 가열식화침을 위주로 해서 치료한답니다. 이 화침으로 2~3차례, 3~4일 간격으로 시술하고 그래도 낫지 않는 만성적인 경우에는 봉독시술을 합니다.
(아까는 붉은 펜으로 표시했구요, 부위의 확진을 위해 다시 압진하고 의료용 사인펜으로 다시 표기하죠. 그 후 저렇게 소독을 하구요 침을 삽입합니다.)
가열식 화침은 인대나 힘줄, 근막과 같은 연부조직의 기계적 장애, 즉 외상이나 인장력에 의해 늘어나거나 부분 파열된 경우에 쓰이는 치료법인데요, 이미 앞서 포스팅한 것이 있으니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인대, 힘줄 장애에 쓰는 HOT한 치료법… 1부 인대와 힘줄의 특성
인대 힘줄 장애에 쓰는 HOT한 치료법… 2부 가열식 화침법
위의 사진에 주인공은 오랜 기간 무릎이 아파서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드신 분이셨어요. 특히 허리에는 협착증이 있어 2차례나 절개하여 수술을 받으셨대요. 정형외과 병원에서는 무릎도 수술을 권유하셨다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수술은 하지 않고도 나을 수 있을까 해서 오셨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약 1개월 기간 아피톡신 봉독과 화침 치료법을 권고드렸습니다. 허리에는 봉독 시술을, 무릎에는 화침 시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렇게 열을 가하면 굉장히 뜨겁고 아프답니다. 그래도 잘 참아 주셨네요. 열을 가열하면 침이 스르르 굽어져요. 그래서 화침을 쓸 때는 굵은 침을 써야 한답니다. 가는 침을 쓰면 열에 의해 끊어져버립니다.)
이 거위족건염은 젊은 분들일수록 정말 빨리 잘 낫는데요, 대개는 화침 시술 2~3차례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위의 사진에서 보다시피 이 부위는 꽤 광범위하게 힘줄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화침을 많이 맞으셔야 하죠.
과거 최고 시술 갯수가 46개까지 했는데, 스키를 타고 내려오다 미숙한 앞의 사람를 피하다가 다치셨다고 해요. 당일 내원하실 때 반깁스를 하고 목발로 오셨다가 시술을 받고는 좀 절뚝거리기는 해도 목발없이(그냥 목발을 들고) 두 발로 걸어나가셨던 기억이 납니다.
오래된 무릎 통증, 앉았다 섰다 하기 힘들다, 계단 내려갈 때 마다 아프다, 물리치료와 진통소염제에 효과가 없다는 무릎 통증 환자분들은 한번 쯤 이 거위족건증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다만, 연세가 드신 분들 중 척추의 병증까지 동반하신 분들은 꽤 천천히 나아서 대개는 결국 봉독시술까지 해야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척추의 근건 분절 관계에서 무릎의 문제들이 척추에까지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릎에는 화침, 척추에는 봉독을 동시에 시술하기도 하지요. 4~8주, 만약 척추 협착증이 동반되신 분들은 최장 6~8주까지 가야 무릎이 낫구요, 허리까지 완전히 낫는데는 6~9개월 이상도 걸리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