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짜리 저희 딸은 3D 입체 영화를 잘 못 봅니다. 원근과 입체감에 시야가 조절되지 못해 어지럽기 때문인데요, 아마 성자하면서 안구의 운동을 조절하는 근육들이 점차 강해지면 괜찮아질 겁니다.
그런데 만약 어린 나이가 아닌 성인인데도 누웠다 일어나거나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현기증이 생긴다면, 이는 단순히 덜 자라서가 아니라, 성장과는 무관한 다른 어떤 문제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현기증’이라고 하면, 어질어질한 느낌과 주위의 사물 혹은 나 자신이 뱅뱅 도는 회전감을 모두 일컫는데요, 정확하게는 회전성 현기증을 ‘현훈증(vertigo)’이라고 하고, 그냥 머리가 멍한 다소 가벼운 현기증은 ‘lightheadedness’라고 합니다.
현기증(현훈증)은 크게 자세유발성(정확한 용어는 체위성, 영어로는 postrual)으로 생기거나 혹은 자세와 무관하게 저절로 생기는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그 원인으로는 크게 소뇌의 문제, 귀의 문제(내이 달팽이관의 이석증), 쇠약성, 특발성 등으로 보는데요, 각각의 특징을 살짝 살펴보면,
소뇌의 문제는 뭔가 ‘몸이 붕 떠있다’고 느낀다고 하고, 아울러 걸어가는데 자꾸 몸이 한쪽으로 쏠리거나 바로 걸을 수가 없게 됩니다. 우측 소뇌에 이상이 있으면 눈을 감고 딱 서 있을 때 몸이 우측으로 쏠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귀 속의 달팽이관에 문제는 짧은 시간(약 30초 이내) 동안 굉장히 빙빙 도는 어지러움이 생기는데, 주로 누워있다 일어나거나 목을 돌릴 때 심해집니다. 주로 이석(ear rocks, otoconia)이 그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 이석이 우측 내이 부분의 달팽이관에 있으면 머리를 우측으로 돌리면 현훈이 유발 혹은 심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쇠약성은 쉽게 말해서 몸이 약해서 생기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양방에서는 부신(adrenal)의 문제라고 판단한다고 하는데요, 주로 일어설 때, 목욕탕 온탕 속에서 탕 밖으로 나올 때 처럼 머리로 피가 빨리 공급되지 못해 일시적으로 뇌허혈이 생겨 발생하는 것으로 봅니다.
그 외 메니에르증후군(Meniere’s syndrome)이라고 해서 현훈과 구토, 이명(귀울림)이 병행해서 생기는 장애가 있습니다. 이 증후군은 수시간 동안 심한 어지러움과 구토를 동반하며,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전정신경염으로 인한 현훈증도 있는데요, 증상의 지속시간이 며칠씩 꽤 길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그리고 굉장히 심각한 것으로 뇌졸중으로 인해서도 현기증이 생길 수 있어요. 이는 응급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반드시 머리 CT나 MRI를 촬영해서 확인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현기증(현훈증)은 한방치료로 잘 치료됩니다.
임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현훈증 환자분들은 대개 내이(달팽이관)의 문제, 메니에르증후군인데요, 한방적으로는 담음(痰飮), 기허(氣虛), 신허(腎虛) 등의 범주로 해석합니다. 내과적으로는 체내 불필요한 노폐물, 이를 담음으로 표현하는데, 이 담음을 제거하면서 기운을 보강하고, 머리쪽으로 혈류의 흐름을 개선시키는 한약을 쓰면서, 아울러 침뜸 치료를 병행합니다. 저의 경우 상부경추부 아피톡신 봉독치료, 이석 교정술(Hall-Pike or Epley manuvere), 경추 추나(주로 traction) 등으로 치료합니다.
대개 빠른 경우에는 2~4주 정도, 오래된 경우에는 6~8주 정도의 치료기간이 걸리는데요, 체력이 좋아지고, 기혈의 순환이 개선되어서 현기증(현훈증)이 잘 진정됩니다.
특히 경추의 교정과 뒷목의 아피톡신 봉독시술은 오래된 난치성 현기증 환자에서는 꼭 필요한 기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