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비염과 축농증의 임상적 특징과 원인에 대해 설명한 포스트에 이번 포스트는 그렇다면 특히 비염을 어떤 방법으로 한의학적으로 치료할지에 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이하의 글에서는 일부 축농증에 관한 치료방법이 잠시 언급될 수 있으나, 내용이 또한 길어질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비염에 국한합니다.
간단히 지난 번 포스트에 관해 복습을 해보면,
- 이비인후과적으로는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 코질환을 크게 비염과 부비동염 등으로 구분하고 다시 비염을 알레르기성 비염, 비알레르기성 비염으로 구분하는데, 이 분류 자체가 때로는 모호하거나 겹쳐져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 같은 병명, 예를 들어 알레르기성 비염이라고 판단되어도 증상의 양상, 유발 및 완화 인자 그리고 체질에 따라 다른 치료를 해야 한다
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번 포스트를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먼저 이 포스트부터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https://drhwang-kmed.co.kr/%ec%bd%a7%eb%ac%bc-%ec%bd%94%eb%a7%89%ed%9e%98-%ec%9e%ac%ec%b1%84%ea%b8%b0-%ea%b8%b0%ec%b9%a8-%ec%95%8c%eb%a0%88%eb%a5%b4%ea%b8%b0-%eb%b9%84%ec%97%bc%ec%9d%98-%ec%b2%b4%ec%a7%88%eb%b3%84/
증상별, 체질별 치료 구분
1. 수양성(알레르기성)
먼저 알레르기 비염에서 자주 보이는 수양성 비루(줄줄 흐르는 맑은 콧물)의 경우, 환자의 체질에 따라 실열과 허한으로 구분합니다. 실열이라는 것은 체질적으로 땀이 많고 얼굴에 열이 많으며 체격은 통통하거나 비만한 경우 즉 사상의학적으로 태음인에 주로 판단되며, 허한은 그 반대로 수척하고 추위를 자주 타며 땀이 적은 체질 즉 소음인에서 주로 해당합니다.
1-1. 실열인 경우. 청열해독하는 한약 치료가 주로 사용되는데, 석고나 황금, 갈근과 같은 종류가 주된 약재로 사용되고, 겸해서 발한을 유지 내지는 증가시키는 약재를 추가합니다.
좀 전에 이 체질의 사람들은 땀을 많이 흘린다고 했는데, 왜 땀을 나게 하는 한약재를 사용하는지 의아해하실 수 있겠습니다. 이 체질의 사람들은 땀이 잘 나는 것이 정상적인 몸 상태가 되는데 오히려 비염을 포함한 여타의 질환이 생기면 대체로 땀이 잘 나지 않게 되는 병리적인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체질에서 몸이 좋지 않게 되면, 발한 기능이 저하되면서 몸은 무겁고 속으로 열이 축적되는데, 심한 경우는 피부로 그 열이 분출되어 두드러기나 발진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 수준에 도달하면 우리들은 ‘열독’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한약과 더불어 아피톡신 봉독을 시술할 때 효과가 비교적 좋습니다. 원래 알레르기란 면역력과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면역력이 과민해지면 외부 이물질(꽃가루, 비듬, 먼지, 털 등)에 예민성을 보이고 그 결과 중 하나로 코에서 줄줄 흐르는 맑은 콧물과 재채기를 하게 됩니다. 아피톡신 봉독 요법은 경추부와 소량으로 코 주위 영향혈(향기를 맞이한다는 뜻을 가진 경혈)에 피내로 주입합니다. 체력과 체격이 원래부터 강한 체질이라 아피톡신 봉독은 다소 고농도, 고용량으로 시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부산에서 한의원을 할 때 경추 디스크 탈출증 때문에 아피톡신 봉독을 시술했는데 자신의 알레르기 비염이 좋아졌다는 경험을 몇 차례 한 적이 있었는데, 그 후 이러한 상황일 때 저는 아피톡신 봉독도 병행해서 사용하곤 합니다.
일부 한방 의료기관에서 코 속으로 외용제를 넣어서 콧물을 더 많이 배출해 버리는 치료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분류에서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1-2. 허한 체질. 이 분류에 해당하는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은 콧물과 재채기 등의 주된 증상과 함께 기침, 두통이나 현기(어지러움), 빈혈, 손발이 냉하며, 소화 장애 등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 부류의 알레르기 비염 환자들에게 앞서 1-1의 실열 체질의 한약을 복용시키면 심계항진, 권태(발한에 따른), 소화장애, 메스꺼움, 설사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주로 사용하는 약재는 백복령, 건강 등과 같은 오장육부를 따뜻하게 덥혀주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한약재를 투여합니다.
한편, 이 부류에 해당하는 환자들에게도 아피톡신 봉독을 시술할 수 있는데, 그 효과는 1-1 실열 체질의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에 비해서 우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도해볼 만 할 것 같습니다.
2. 화농성
화농성 비루의 경우 알레르기 비염 또는 비알레르기성 비염 그리고 비후성 비염이나 축농증에서 모두 보일 수 있으나, 주로 감기에 걸리고 나서 계속적으로 콧물이 나는 경우에서 자주 보일 수 있습니다. 이 환자들은 꽤 누렇고 다소 양이 많은 콧물 또는 객담을 배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환자들은 콧물, 재채기, 기침, 가래 등이 날씨나 계절에 꽤 무관하게 통년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실열 체질에서 우세한 경향을 보이는데요, 간혹 드물게는 몸이 차고 약한 허한성 체질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2-1. 실열 체질. 치료는 형개나 연교 같은 소염 해열 발산시키는 약재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배농시키는 외치요법을 병행해서 사용할 때 효과가 좋습니다. 코안의 점막을 자극해서 강제적으로 배농시키는 방법이고 한약재로 만든 젤리 성분을 주입한 후 솜으로 일정 시간 코를 막고 있다가 배농시키는 방법입니다.
2-2. 허한 체질. 치료는 길경과 같은 거담배농하는 약재를 위주로 합니다. 대체로 몸이 차고 허약한 경우가 많아 몸을 따뜻하게 하는 한약재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소아가 이 부류에 속한다면 중이염, 특히 고름이 많이 나오는 화농성 중이염이 있을 가능성이 많고, 또한 이 경우에도 사용할만 합니다. 겸해서 코안의 점막을 자극해서 강제적으로 배농시키는 외치요법을 병행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상을 보기 좋게 표로 정리하면
| – | 수양성 | 화농성 |
| 증상의 특징 | 많은 양의 맑은 콧물, 가래, 재채기 등 + 코막힘 | 누렇고 점성이 높은 콧물과 가래, 기침 등 + 코막힘 (재채기는 덜하거나 없음) |
| 악화 인자 | 찬 바람, 에어컨, 차가운 음식 등. 환절기(봄, 가을)나 주로 겨울 |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음. 1년 내내(통년성) |
| 치료 | 열많은 체질 : 한약(청열해독 및 발한) 추위 타는 체질 : 한약(몸을 따뜻하게 하는) 아피톡신 봉독 : 경추와 코 옆 |
열많은 체질 : 한약(소염 배농)추위 타는 체질 : 한약(온성 배농) 외치 요법 : 코 속의 배농 목적 |
결론
같은 알레르기 비염이라고 하더라도 체질에 따라 그리고 어떤 증상이 더 우세하는가에 따라 치료 방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소아든 성인이든 그리고 알레르기성이든 비-알레르기성 비염이든 모두 단순히 병명에만 몰입하지 말고, 위의 증상과 악화 또는 완화 인자, 체질 등을 세세히 파악해서 치료한다면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