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과 가족 모임에서 제 아내가 자기는 좌골신경통이 있어서 설거지를 한다고 서있으면 다리와 허리가 아프다는 겁니다. 한의사의 아내로 십년을 넘게 살다보니 나름 이것저것 남편에게 들은 게 많아서 꽤 아는척을 할 때도 있습니다.
스스로 진단을 한거죠, 좌골신경통이라고!
같이 식사를 하던 지인이 “어떻게 아픈데?” 라고 물어보니 운전을 하느라 앉았다가 내리면서 일어서면 왼쪽 골반이 아프답니다. 그리고 서너 발자국을 걷고 나면 또 괜찮다 하네요. 오래 걸으면 그날 밤에는 허리와 엉덩이 다리까지 쑤시는 날도 있다고도 합니다. 또 어떤 때는 걷다가 갑자기 왼쪽 엉덩이부터 고관절, 허벅지까지 세로 줄을 긋는 듯이 찍~하고 아프기도 하다고 하네요. 그러면서 “난 이상하게 왼쪽만 그래.”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인과 함께 서로 어떻게 아픈지 배틀을 하기 시작했어요. 여자들의 수다는 종목을 가리지 않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군요. 그 지인은 서서하는 강의를 자주 하는 분인데, 오래 서있거나 않아 있으면 제 아내와 비슷한 증상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오른쪽이 그렇다며, “그럼 난 우골신경통이구나!”라고 굉장히 진지하게 말하는 겁니다.
제 아내가 또 아는 체를 하며 웃으며 “그건 방향에 상관없이 좌골신경통이라고 하는 거야. 맞지요 여보?”하고 저를 쳐다봅니다.
그렇습니다.
죄골신경통이라고 하니 왼쪽 ‘좌(左)’를 떠올리시는 분도 간혹 있는데요, 좌골신경통의 ‘좌골(ischium)’은 사람이 앉을 때 닿는 뼈를 말하구요, 이 때의 좌는 앉을 ‘좌(坐)’로 씁니다.
좌골신경통(sciatic pain)은 거의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한쪽에서 주로 나타나고, 아주 드문 경우로 양쪽이 다 아플 때도 있습니다. 좌골신경통이 심해지면 엉덩이에서부터 골반, 허벅지, 종아리, 발까지 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좌골신경통은 또다른 별명들이 있습니다. 병리가 100% 같지는 않지만, 다른 이름으로는 천장관절증후군, 이상근증후군으로도 불립니다.
좌골신경통 환자에게 저는 염증을 조절하면서 천장인대를 강화하는 한약을 투여하면서 면역봉독과 화침을 시술합니다. 비교적 효과가 좋은 편이긴 하지만, 다소 만성화된 상태로 내원하시기 떄문에 예후는 다소 장기적으로 잡고 치료를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