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대나 힘줄 또는 근막 등을 의학적으로 연부조직(Soft tissue)이라고 부릅니다. 이 조직들은 구조적으로 뼈와 뼈, 근육과 뼈를 이어주거나 근육을 싸고 있고 기능적으로는 관절과 뼈대을 지탱,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마치 약방의 감초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들 조직의 연속성이 완전 파괴될 때, 그러니까 완전 파열(Total rupture)이 있게 되더라도 생명에는 지장을 주지 않겠지만 관절의 보호, 인체 축의 유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여 추후 2차적인 이슈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거비인대나 종비인대 같은 발목 인대의 염좌가 제대로 치료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발목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고, 손목을 보호하는 다수의 인대와 힘줄을 다쳐 제대로 치료되지 못하면 삼각골섬유연골복합체(TFCC) 질환이 발생할 수 있고, 또한 공통수지신전근에 염증 또는 기계적 장애가 생겨서 제대로 치료되지 못한다면 역시 팔꿈치 관절염으로, 또 회전근개의 힘줄에 장애가 반복되면 유착성견관절염이 생길 가능성이 높고, 무릎 내측 측부인대나 거위족건의 기계적 손상이 제대로 치료되지 못한다면 반월판의 손상, 더 나아가 연골의 마모 그리고 결국 퇴행성 무릎 관절염으로 진행되고, 극간인대나 황색인대의 장애 또는 비후는 척추분절 장애 또는 척추관협착증으로 진행되고, 또 천장인대의 장애가 제대로 치료되지 못한다면 천장관절의 장애로 이어지는 등입니다.
이 외에도 굉장히 많은 근골격계의 문제가 비록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쟁의 여지는 있으나, 뼈와 관절, 척추 등 우리 몸의 뼈대에 어떤 문제가 다이렉트로 생기기 전에 이들을 지지하고 보호해주는 연부조직의 손상이 선행한다는 것은 저의 경험상 자명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다수의 질환예에서 처럼 “제대로 치료되지 않은 연부조직”의 문제인데요, 이 제대로 치료되지 못하는 경우의 수에는 우선 손상 후 치료를 한 참(몇 주에서 몇 달, 심지어는 몇 년)을 못한 경우도 있겠고, 두번째는 환자가 즉시 치료에 임했으나 해당 환부의 연부조직의 개선을 가져올 만한 충분한 치료자극이 가해지지 않을 경우,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통처의 연부조직에는 문제가 없이 다른 계통의 조직에 원인이 있어 진단상의 오류가 생겼을 경우 등을 고려해볼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이상의 어떠한 경우라도 환자들의 고통은 연장되기만 하고, 처음 언급했던 연부조직의 장애가 결국 다시 우리 인체 뼈대의 밸런스를 붕괴해서 2차적 장애로 진행되는 것입니다.
손상된 인대 힘줄을 고정(깁스 등)만 해서 치료가 될 것인가?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연부조직의 장애(염좌, 부분파열)는 안정과 휴식 그리고 다소 심한 경우 고정(깁스)을 1차적 치료로 삼습니다. 이 치료과정은 분명 아픈 조직과 부위를 사용하지 않음으로 해서 통증을 발생시키지 않거나 줄여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집니다.
이 안정 기간 동안 인대나 힘줄에 생긴 염증은 진정되고 손상된 조직들은 회복됩니다. 하지만 인체 조직 중에서 인대나 힘줄만큼 자연적인 치유 기간이 긴 조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인대나 힘줄은 최소 3개월(12주) 이상 되어야 회복된다고 하는데, 제가 임상에서 관찰해보면 인대는 6개월, 힘줄은 9개월은 걸려야 단단해지는것 같습니다. 그것도 해당 손상 인대나 힘줄 부위의 통증이 없어지고 나서야 그 정도 걸립니다.
인대나 힘줄 특히 힘줄은 관절의 움직임에 직접 개입하는 관계로 움직이지 않을 때는 통증이 없지만, 제대로 치료되지 못했다면 휴식하였다가 다시 그 관절을 사용하면 즉시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그래서 환자들 중에는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는 그러면서 지속적인 치료를 하지 않다가 다시 복직을 하면서 팔을 쓰고 물건을 들어 보니 여전히 통증이 발생하는 것을 알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인대와 힘줄장애의 치료 목표
그래서 저는 인대와 힘줄의 장애가 생기면 단순히 휴식에만 그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환자들은 손상된 인대/힘줄의 부위를 사용하지 않고 집에서 쉬니까 통증이 덜해져서 치료도 ‘쉬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때 안정과 휴식을 취하면서 치료를 집중적이고 적극적으로 할 때 기대되는 치료 효과는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특히 인대나 힘줄같은 연부조직들은 여타의 질환보다 더 그렇습니다.
제가 주장하는 인대나 힘줄 장애의 치료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우선 통증의 감소. 휴식 시 뿐만 아니라 활동시에도 통증이 없어야 합니다.
- 둘째 인대나 힘줄의 인장강성의 회복. 인장강성이란, 늘어나는 경향에 대한 저항성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조직이 잘 늘어나지 않게 질기고 튼튼하게 되어야 한다는 뜻이 되겠습니다.
- 셋째 재발 방지. 인대나 힘줄 장애가, 그것이 염증 때문이든 기계적 손상 때문이든 회복되고 다시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약 5년 여 전에 제가 부산 화명동에서 한의원 진료를 할 때 손목의 TFCC 문제로 내원했던 환자가 최근(2022.5.초) 진료를 하기 시작한 여기 한방병원에 다시 내원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왼쪽 테니스엘보 때문에 오셨는데요, 업무상 또는 운동삼아 골프를 좀 자주 치는데, 통증으로 많이 힘들어서 과거 제게 아피톡신 면역봉독과 가열화침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고 합니다.
당시 손목은 5년 여 동안 일상 생활과 업무에 지장이 없을 정도라고 하셨습니다. 이 포스팅을 하는 현재 주 2-3회씩 약 4-5회 가량 치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추후 좋은 결과가 있으면 저의 홈페이지 치료후기에 올리도록 할게요)
요컨대 이상에서 연부조직의 문제는 정리하면
- 해당 부위를 쉬기만 해서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 편이다,
- 통증의 감소와 함께 연부조직의 인장강성 회복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