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인대란 질기면서도 탄력성 있는 조직입니다.
콜라겐 성분이 많기 때문에 그런데요, 만약 이 인대조직이 뼈처럼 굳어진다면 어떨까요? 또한 그러한 희안한 질병이 있을까요?
예!
불행히도 있습니다.
바로, 후종인대골화증(Ossification of Posterior Longitudinal Ligament, OPLL)!
물론 이 외에도 힘줄 조직이 석회화될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극상근염이 석회화로 진행한다든지, 아킬레스힘줄이 석회화로 진행되는 것처럼요.
후종인대골화증은 좀 특이하게도 인대조직이 석회화되는 병입니다. 우리는 목을 앞으로나 뒤로 숙이거나 젖힐 수 있지만, 이 후종인대골화증 환자들은 목을 숙이거나 젖히는 것이 정말 힘들어 집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척추뼈를 감싸 내려가는 종인대(세로인대) 중에 척추의 뒷쪽 그리고 척수의 앞쪽에 위치한 후종인대(뒤세로인대)에 문제가 생기는 병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시다시피 후종인대는 뒤세로인대라고 표시된 부분이 됩니다.
(출처 : 불명, 예전의 모 카페에서 인용했으나, 현재 카페가 폐쇄된 듯)
초기에는 뒷목의 통증 및 무거움이 있다가, 골화가 진행되면 상대적으로 척추관이 좁아져 척수의 압박을 가져와서 팔이나 손의 저림, 근력의 약화가 생깁니다. 더 심해지면 다리까지 문제가 되어 다리 힘이 없어지고 감각이 나빠져서 보행의 장애, 대소변의 폐색이 생깁니다. 목을 앞으로 혹은 뒤로 숙일 때 통증이 생기고, 최악의 경우에는 팔다리의 마비까지 올 수 있습니다.
이 후종인대골화증은 보통 다발적으로 발생하는데 통상 2~4개의 척추에 발생하는 경향이 있고, 서양의학에서는 수술로 골화된 인대를 적출하는 방법을 통상 2~3차례 반복적인 수술을 할 수 있습니다. 주로 경추에 생기지만 때로는 흉추에도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가슴 X-ray나 CT 사진이 반드시 필요하겠습니다.
(이미지)
위 사진은 30세의 젊은 분이셨는데요, 경추의 다발성 디스크 및 후종인대골화증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사진 속의 붉은 타원형 속에 디스크 돌출의 소견과 전반적인 후종인대들이 두꺼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주증상은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가 아픈 것이었구요, 아침에 더 심했는데, 신경외과에서 약물을 투여해도 1~2일 정도밖에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후종인대골화증에 사용하는 한방 치료로는 디스크 탈출에 의한 신경 항염증 효과가 있고 인대에 영양 공급을 촉진하는 한약 투약, 고농도의 면역봉독(apitoxin)을 병변이 있는 경추 뿐만 아니라 흉추까지 광범위하게 시술하게 됩니다.
(목이 많이 일자화되어 있고 경추 3~4번 사이의 공간이 좀 더 좁아져 있습니다)
(흉추에는 특별한 소견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우측 횡격막이 좌측보다는 많이 들려 있습니다)
(좌측 시상면 사진에 화살표 부분에는 디스크의 탈출 소견이 있고, 우측 관상면에서는 후종인대의 문제 소견이 보입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MRI보다 CT에서 좀 더 잘 보입니다. 골화되면 뼈의 색깔처럼 하얗게 표시됩니다. 화살표 부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화살표 표시를 눈여겨 보세요)
이 환자분은 좀 심한 중증 환자분이셨습니다. 경추의 디스크, 협착증, 그리고 후종인대골화증이 함께 있는 환자분이시죠.
판독한 영상의학과의 소견을 보면,
- Mild kyphosis & degenerative signal change of disc in C-spine. 경추뼈의 가벼운 정도의 척추후만증 및 퇴행성 디스크 소견이 보임
- C3-4 : Disc space narrowing, & marked OPLL. Central & both foraminal HNP, & both uncinate process hypertrophy, with spinal cord compression, & OPLL. 경추3~4번 디스크 : 디스크 간격이 좁아져 있고, 현저한 후종인대골화증 소견이 보임. 중심부 및 양쪽 추간공의 수핵탈출증, 및 양쪽 구추관절의 비후가 보이면서 척수의 압박소견 있으면, 또한 후종인대골화증 있음.
- C4-5 : Mild disc space narrowing, & OPLL. Mild spinal cord compression. 경추 4~5번 디스크 : 가벼운 정도의 디스크 간격이 좁음, 후종인대골화증 있음. 가벼운 정도의 척수 압박 소견.
- C5-6 : Lt. posterolateral HNP, with ruptured disc, & spinal cord compression, & foraminal stenosis. Mild OPLL. 경추 5~6번 디스크 : 좌측 후방외측형 수핵탈출증이 파열을 동반하고 있고, 척수의 압박 그리고 추간공 협착증 소견 있음. 가벼운 정도의 후종인대골화증.
- C6-7 : Both posterolateral foraminal HNP, with mild both foraminal stenosis. 경추 6~7번 디스크 : 양쪽 후방외측형 추간공 수핵탈출증과 가벼운 정도의 양쪽성 추간공 협착증 소견있음.
이 정도면 정말 경추 질환의 백화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후종인대골화증 환우회 카페에도 가입해서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이라고 했는데요, 다행스럽게도 당시 이 분은 아직 수술은 안하셨다고 합니다.
저는 일단 치료가 장기화될 것을 말씀드리고, 아피톡신 봉독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약 2개월간 총 14회 치료한 후 목의 움직임은 호전되고 팔 저림도 다소 감소되는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앞선 환자의 경우는 목디스크가 더 우세했고, 비교적 젊은 연령이시라 치료가 용이했지만, 아래 사진의의 환자분과 같은 케이스는 치료기간을 꽤 길게 잡아야 합니다.
후종인대골화증은 여타 인대/힘줄의 석회화처럼 일단 석회화가 되면 그 진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중증일 때는 수술이 필요한데, 척수를 너무 압박해버리면 척추신경까지 손상되어 회복이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발견해서 치료를 한다면 최대한 수술은 피할 수 있거나, 하지 않고도 잘 생활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다만, 후종인대골화증은 안타깝게도 완치를 기대할 수는 없고, 계속적인 관리로 이 병의 진행을 막거나 최소화하는데 그 목적을 두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