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염증성 장질환의 2부 진단과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마 3부까지 포스트가 이어질 것 같은데요, 3부에서는 식이요법이나 행동요법에 대해 설명할 예정입니다.
염증성 장질환의 진단
만약 대변이 이상해지고 10일 이상 오래 지속되거나 염증성 장질환의 주요 증상인 복통, 혈변, 참을 수 없는 배변 등이 지사제에도 반응하지 않거나 1~2일 이상 열이 난다면 염증성 장질환을 의심해봐야 합니다.
이들 질환은 비록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중증 질환에 해당하며 때로는 수술까지 해야 할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생명에 지장을 주는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우선 유사한 질환을 구별해야 하는데, 과민성 장증후군, 게실염, 대장암 등입니다.
- 혈액검사. 빈혈이나 감염증 검사 및 최근 항체검사(100% 정확도는 없음)
- 바륨 조영 X-ray. 대장 전체에 바륨이라는 조영제를 넣고 X-ray검사를 해봅니다. 그러면 점막의 궤양이나 어떤 병변의 실루엣이 드러나서 확인합니다. 이 검사법은 X-ray 치고 시간이 좀 오래 걸리고(약 30분), 기분이 좀 불쾌할 수 있습니다. ㅠㅠ
- 직장내시경. 시간은 짧지만 역시나 좀 불쾌하고 대장벽을 천공할 수 있는 위험성이 좀 있습니다. 직장에만 확인 가능하므로 대장이나 소장에 생긴 문제들은 확인을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대장내시경. 가장 민감도가 높은 검사법입니다(민감도가 높다는 뜻은 질병을 정확히 잡아내는 것이구요; 반면에 특이도는 없는 것은 질병 아닌 것은 잡아내지 않는 것입니다). 간혹 크론병의 경우에는 소장에까지 염증이 파급되는 경우가 있는데, 의심되는 경우에는 대장내시경보다는 바륨 조영 X-ray를 실시하기도 합니다.
염증성 장질환의 합병증
1. 크론병
- 장폐색. 크론병은 대장벽이나 때로는 소장벽까지 두껍게 만들어 시간이 갈수록 장관이 비후되고 협소되어 음식물의 흐름이 나빠집니다. 일부 경우에는 장을 잘라내야 할 수 있습니다.
- 궤양. 만성 염증이 소화기관 어디서든 생길 수 있어서, 장 뿐만 아니라 입이나 항문에도 생길 수 있습니다.
누관. 때로는 궤양이 장 전체로 퍼져나가 장의 다른 부분(체내 누관) 혹은 피부(체외 누관)와 누관이 생기는 현상이 생기곤 하는데요, 체내 누관이 생기면 음식물이 흡수되어야 할 부위를 우회해서 통과할 수 있고 ; 체내 누관이 생기면 피부 밖으로 장 내용물이 계속 흘러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농양이 생겨 외과적 치료를 받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 항문 열상. 항문이나 그 주위가 균열이 생기는 것인데, 염증이 잘 생기고 대변볼 때 무척 아플 수 있습니다.
- 영양 결핍. 설사나 혈변 등으로 흡수되어야 할 영양분들이 빠져나가므로 영양결핍이 생길 수 있습니다.
- 기타 증상. 장 증상 뿐 아니라 기타 관절염, 눈이나 피부의 염증, 콩팥 결석, 담석증 그리고 때로는 담관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무엇이 이런 장 외적인 합병증을 일으키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다만 장에서 염증을 일이키는 면역계가 장 외적인 조직에서도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 궤양성 대장염
가장 심각한 급성 합병증은 독성 거대결장(toxic megacolon)입니다. 이것은 대장이 마비되어 장운동도 안되고 가스 배출도 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증상은 복통, 복창(배가 빵빵하게 불러옴), 발열, 피로 등입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장이 파열되어 복막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합병증은 드물니다. 궤양성 대장염은 간질환과 피부, 관절 및 눈의 염증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아집니다.
3. 염증성 장질환과 대장암
마지막으로 염증성 장질환은 대장암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위험율이 높아진다고 해도,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90% 이상은 대장암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만약 8~10년 이상 궤양성 대장염이 있었고 대장 전체에 문제가 있다면 위험율은 가장 높아집니다. 크론병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병이 오래될수록, 범위가 넓을 수록 대장암의 위험율은 더 커집니다.
대장암에 대한 주기적인 관심과 검진은 필요합니다. 암이라는 것은 겉으로 진단될 수 없는 것이므로 내시경, 암표지자 검사 등을 통해 반드시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
치료의 목표는 염증을 감소시켜 증상을 완화하고 조절하는데 있습니다. 아직 완치란 먼 얘기입니다. 양방에서는 내과적 치료와 외과적 수술(주로 누관 등 합병증이 생겼을 때)로 구분합니다. 간단히 언급만 하는 정도로 하겠습니다.
소염제
- Sulfasalazine (Azulfidine). 메쓰꺼움, 구토, 가슴쓰림 및 두통 등 많은 부작용이 있음
- Mesalamine (Asacol, Rowasa) and olsalazine (Dipentum). Sulfasalazine보다는 부작용이 적고 알약 혹은 좌약 형태
- Balsalazide (Colazal). Mesalamine과 유사한데 부작용이 더 적음
- Corticosteroids. 스테로이드를 의미하며 소염의 효과는 우수하지만 많은 부작용이 있음. 안면 부종, 안면 발모(털이 남), 도한(야간 땀), 불면증, 과민반응 및 좀 더 심한 부작용으로 고혈압, 당뇨, 골다공증, 백내장, 염증의 감수성 증가, 소아에서는 성장 장애 등. 8주 가량 복용하면 70%에서는 증상이 감소된다는 보고가 있음.
면역억제제
이들 약물은 염증 자체를 치료한다기 보다 면역에 작용해서 염증을 줄이는 것입니다.
- Azathioprine (Imuran) and mercaptopurine (Purinethol). 가장 많이 사용됨. 3개월 가량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나며, 크론병에서 생기는 누관을 치료하는 효과도 있음
- Infliximab (Remicade). 특히 크론병에 사용. 종양 괴사 인자(TNF)라는 면역계에서 만들어지는 어떤 단백질을 중성화하여 효과를 냄. 대신 결핵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단점
- Methotrexate (Rheumatrex). 항암제, 다른 약물에 반응이 없을 때 선택됨. 단기 부작용은 메쓰꺼움, 피로, 설사가 생기고, 장기간 복용하면 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여성들은 반드시 피임해야 함.
- Cyclosporine (Neoral, Sandimmune). 위의 약물들에도 반응하지 않을 때 쓰는 최후의 보루. 크론병에서 생기는 누관을 치료. 콩팥 손상, 고혈압, 감염의 위험이 높아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의 잠재성이 있음
항생제
일반적으로 궤양성 대장염에 효과가 없지만, 크론병에서 생기는 누관이나 농양이 있을 때 쓰이기도 합니다.
- Metronidazole (Flagyl). 때로 심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음(손발의 저림과 감각저하, 때로 근육통 및 근력 약화, 그 외 메쓰꺼움, 두통, 현기, 식욕감소 등)
- Ciprofloxacin (Cipro). 일부에서 쓰이지만 요즘은 Metronidazole을 더 많이 씀. 기절, 심장 부정맥, 복통, 설사 및 피로 등의 부작용이 있음
니코틴 패치
왜 이 니코틴패치가 작용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10명 중 4명에서는 증상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합니다. 참고로 흡연은 크론병에 특히 더 해롭다고 합니다. 반드시 금연할 것!!
기타 약물
- 지사제
- 완하제(변비약). 일부에서 가스가 차 변비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잠시 사용
- 진통제. 주로 아세타미노펜(타이레놀) 같은 순한 진통제인데, 이 보다 더 강한 진통소염제는 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음.
- 철분 보충제.
- 비타민 B-12 주사.
외과적 수술
식이, 습관의 변화, 약물요버 등이 모두 실패했을 때 외과적으로 염증이 생긴 장의 일부를 잘라내거나 누관을 막거나 반흔 조직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크론병에서 외과적 수술은 잘해도 몇 년간의 시간을 벌어줄 뿐입니다. 또한 증상의 일시적인 호전만 줄 수 있습니다. 수술 중에 외과의는 소화기관 일부를 잘라 다른 부분과 연결(문합)시켜 줍니다. 또한 누관을 막고 농양을 배농시킵니다. 크론병의 가장 흔한 수술은 협착부성형술(strictureplasty)입니다. 복강경 수술은 작은 절개를 해서 입원기간도 단축시켜 줍니다. 이 병은 자주 재발하며 종종 문합된 조직 근처 혹은 그 외 부위에서 재발합니다. 물론 약 1/2은 두번째 수술을 해야 할 것이고, 또 10~30%는 세번째 수술을 해야 합니다.
반면에, 궤양성 대장염이라면 외과 수술은 종종 이 질병을 완치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완치가 의미하는 것은 대장과 직장 전체를 제거해 버리는 것입니다. 과거에, 수술 후 환자들은 배에 난 구멍을 통해 작은 비닐주머니같은 것을 차고 대변을 모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회장-항문 문합술을 통해 이 주머니는 더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대신 소장의 끝부분(즉 회장)에서 조그마한 주머니(낭)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낭은 바로 항문과 연결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으로 항문을 통해 대변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수분을 흡수하는 대장의 기능이 더 이상 안되므로 하루에 5~7차례의 물 설사를 할 수 있습니다. 약 25~40%의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은 결국에는 수술이 필요할 것입니다.
한의학적 치료
역대 의서의 내용과 현대 중국 문헌을 종합해볼 때, 염증성 장질환은 전체적인 병기를 본허표실(本虛標實, 장의 근본은 허약한데, 나타나는 증상은 굉장히 심함) 및 허실이 혼재된 상태로 인식할 수 있고, 진단유형으로는 대장습열(大腸濕熱, 대장에 잉여 수분과 염증이 많은 상태), 비신허(脾腎虛, 소화기와 콩팥의 기능이 약함), 간비불화(肝脾不和, 스트레스 및 위장 기능의 부조화), 비허(脾虛, 소화기 허약), 기체혈어(氣滯血瘀, 기운과 혈액의 순환이 나쁜 상태) 등으로 구분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 한의학계에서 보고된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연구로는 급성기에 사용하는 도적지유탕(導赤地楡湯), 위장 혈액 순환 부족에 사용하는 사삼맥문동탕(沙蔘麥門冬湯), 혈변이 심할 때 쓰는 적소두당귀산(赤小豆當歸散), 간과 장에 염증이 심할 때 쓰는 인진오령산 등이 모두 염증성 장질환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중국 후한대에 저작인 상한론(傷寒論)에는 혈변, 설사, 복통에 관한 언급과 처방들이 많이 있는데, 하리(下利), 변농혈(便膿血) 등에 자삼탕, 백두옹탕, 백두통가아교감초탕, 갈근황련황금감초탕, 백엽아교탕 등을 쓴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외 침구치료법으로는 면역봉독요법을 척추부위와 복부에 주 2회 약 6개월 가량 시술합니다. 아울러 양구, 공손, 소부 등 경혈에 침치료와 단전, 관원, 기해 등에 뜸치료를 같이 병행하기도 합니다.
자가 관리는 3부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