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잘못 알려져 있거나 혹은 보편적인 효과가 없는 식체의 민간요법에 대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그 전에 한의학적 치료법과 민간요법에 대한 언급을 먼저 하자면,
한의학은 동양철학적 기반 위에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데이타가 결합되어 형성된 학문입니다. 저의 짧은 소견이지만, 어떤 학문이 형성되려면 이론의 성립 및 실제의 적용 결과가 모두 참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즉, 먼저 이론이 설정되고 그 이론에 따라 실제 적용이 맞아떨어지면 가치가 있죠. 반대로 여러 경험들의 결과물이 축적되어 이 결과물들 상호간의 연결고리가 나타나 그것을 이론화시켜도 됩니다. 전자의 경우를 ‘연역적’이라고 하고 후자의 경우를 ‘귀납적’이라고 하지요.
반면 민간요법은 철저히 경험적이고 개별적이죠. 이렇게 해보니 이렇게 되더라~, 또 저 경우에는 이렇게 하니까 되더라 등등. 그런데 이 사람에게 통하던 방법이 저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고; 이 경우에 효과있다는 방법이 오히려 저 경우에 효과가 더 있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죠. 즉, 여러 가지의 개별적인 효과가 있는 방법들은 무수히 많을 수 있는데, 이것들끼리의 상호 연관 관계나 이론 등은 없기 때문에 민간”의학”이 되지 못하고 민간”요법”이 되는 것입니다. 요법이란 말 조차 붙이기 힘든 경우가 더 많지요.
문제는 이런 민간요법에 쓰이는 재료들과 한의학에서 쓰이는 재료들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혼재되어 있고, 그 방법들은 전문적인 학습이 필요한 경우인데도 법적, 제도권적으로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에, “민간요법=한의학”이라는 공식이 형성되어 버린 것입니다. 다시 말해 민간요법은 그저 동네 할아버지가 자기 가족이나 자신에게만 제한적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비전문가가 상업적으로 즉, 어떤 약초가 어디에 좋다는 식으로 홍보를 하며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재배, 판매 혹은 혼합 조제, 전탕(약 달이는 것)하여 이를 복용하는 소비자들이 폐해를 보고 그래서 한약의 불신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제가 몇 군데 검색해 본 식체의 민간요법들에 대해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1. 급체했을 때 베이킹소다를 물에 타서 마신다?
베이킹소다는 중탄산나트륨 혹은 중조라고 부르구요, 흔히 빵이나 과자를 팽창시키는 식품첨가제였는데 하수구나 변기, 후라이팬의 찌꺼기를 청소할 때 식초와 섞어 닦으면 깨끗해지는 생활의 지혜가 담긴 약품입니다. 독성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첨가제는 약알칼리성이므로 먹게 되면 위산과다로 인한 더부룩함, 신물 등에는 다소 편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음식을 급히 먹어 메스껍고 명치가 답답하고 머리아픈 급체에 적절한 응급요법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아마 하수구, 변기 등에 막히고 지저분한 찌꺼기를 깨끗이 청소해주니까 위장이나 식도에 체해서 음식찌꺼기가 잘 내려가지 않을 때도 역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 것 같습니다.
2. 육식 먹고 체한 경우
포스트를 검색해 보니, 육식의 종류에 따라 (1) 돼지고기에 감초달인 물, 새우나 새우젖, 팥을 태워 마시기, 산사를 볶아 가루내어 먹기 ; (2) 쇠고기라면 갈아만든 배 음료수(?), 흰봉선아, 아욱, 벗나무껍질, 늙은 버드나무 껍질, 문어 삶아서 물과 함께 마시기 ; (3) 닭고기에는 번데기, (4) 개고기에는 달걀에 식초 타서 마시기, 살구씨, 수숫대, 볏짚, 복숭아씨 먹기 등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 중에 돼지고기와 새우(젖), 개고기와 살구씨(한약명으로 행인) 등은 상외(相畏), 상살(相殺)의 ‘궁합’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음식에서는 이를 역으로 적절히 이용한 것이죠. 보쌈을 먹을 때 새우젖을 조금 곁들여 먹는다든가, 보신탕이나 개수육을 먹을 때 살구씨를 같이 제공하는 이유이지요.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이들 육식의 소화작용을 증진시키는 관념적인 믿음이지, 확대 해석해서 새우(젖)이나 살구씨가 이들 육식을 급하게 먹어 체한 증상을 해소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살구씨의 경우 씨앗 속의 심지를 빼고 볶아 쓰지 않고 복용하면 독성이 있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중공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경우 40~60알을 섭취하면 중독작용 혹은 사망할 수 있고, LD100은 0.024g/1000g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잘 먹지도 않지만 보신탕을 먹을 때 제공하는 살구씨를 절대 먹지 않습니다. ^^
감초란 약재는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 않는(재배도 않되는) 약초인데, 날로(생으로) 쓰면 해독 기능이 있고 볶거나 구워쓰면 비위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민간요법을 언급하는 글에서 감초를 구어 쓰는지 날로 쓰는지 언급이 없는데, 어느 형태의 수치(가공)를 하더라도 돼지고기 체한 데 효과가 있다는 언급은 없습니다.
기타 민간요법은 솔직히 언급할 가치도 없는 것들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효과를 봤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위에서 단 한가지 효과가 있는 방법은 ‘산사를 볶아서 가루내어 먹기’입니다. 다만 씨앗을 빼내고 산사 내부가 약간 갈색이 될 때까지 약한 불로 볶아서 드셔야 합니다. 산사는 꼭 돼지고기 소화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육식의 식체나 소화불량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산사가 소화 촉진 효과 및 대변의 완하 작용이 있으므로 육식을 먹고 체했는데 설사가 난다면 반드시 피해야 하고, 장기간 복용하면 체내 기운이 약해질 소지가 있으므로 주의합니다.
3. 기타 동물성 음식
계란을 먹고 체했을 때 식초 1-2 숟가락을 한번에 먹는다, 생마늘을 적당한 양 씹어 먹는다는 등의 민간요법이 있으나 이보다 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따뜻한 물을 천천히 마시는 것입니다. ^^
생선 먹고 체한 데 먹고 체한 물고기의 뼈를 태워 가루내어 한 숟가락씩 더운물로 먹거나 식초 2숟가락에 개어서 먹는다, 신선한 미나리, 쑥갓, 들깨잎 등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거나 달여서 그 물을 마신다는 등 언급이 있으나 현실성도 없고 생야채를 나물로 만들거나 달이는 동안 체기는 더 심해지거나 혹 체기가 아닌 다른 장기의 문제(심장의 문제, 식도열상 등)라면 증상만 더 악화시킬 것입니다.
4. 두부 먹고 체한 데 (1) 마른 고사리 50g을 물에 달여 2-3번에 나누어 먹는다, (2) 마른 담배줄기를 태워서 낸 재를 보드랍게 가루내어 한번에 5g씩 더운물에 타서 먹는다, (3) 오래 묵은 볏짚을 더운 물에 우려서 그 물을 한번에 30-40g씩 하루 3번 먹는다, (4)씻은 쌀물을 진하게 달여서 한번에 50ml씩 하루 3번 끼니 뒤에 먹는다?
모두 현실성도 없고, 이들 민간요법을 준비하다 환자는 더욱 더 불편해질 뿐입니다. ㅠㅠ
5. 국수 먹고 체한 데 생강즙을 내어 술에 타서 먹는다?
생강은 발산풍한약으로 본초 교과서에서 분류하고 있습니다. 주로 비(脾)와 폐(肺)가 치료 목표 장기로서, 감기로 오한이 생기고 땀이 나지 않을 때 한기(寒氣)를 없애고 땀을 내서 감기를 치료하고 비위에 담적(痰積)이 생겨 메스껍고 구토할 때 진정작용이 있으며, 폐 기관지에 거담작용이 있습니다. 참고로 임신 3개월 이내 입덧이 심할 때, 생강과 귤피(귤 껍질 말른 것)을 같은 양으로 끓여서 서늘하게 식힌 후 물 대신 음료수처럼 마시면 도움이 됩니다.
국수를 먹고 소화가 안되며 구토를 하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생강차 혹은 생강즙을 먹으면 도움이 됩니다. 꼭 굳이 국수에 국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타 종류의 음식에 효과를 가집니다. 그러나 급히 먹어 체해서 명치가 답답하고 배가 아플 때는 오히려 침을 적절한 경혈 자리에 자침하여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6. 찬음식 먹고 체했을 때?
향유, 겨자, 회향, 생강 등 민간요법이라고 언급된 것들이 있는데, 어느 정도 맞는 얘기입니다. 다만 향유는 끓였다가 반드시 식혀서 마셔야 하고, 아마 향유가 한방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을겁니다. 개인적으로 약재를 구입할 수 없을 겁니다.
7. 기타
– 술 먹고 체한 데?
(1) 팥 10-20알을 날것대로 씹어 먹거나 50-100g을 삶아서 팥물과 함께 먹는다, (2)녹두를 볶아서 한번에 30g씩 하루 3번 물에 달여 끼니 뒤에 먹는다, (3) 생오이를 자주 먹거나 오이덩굴을 짓찧어 즙을 내어 먹는다, (4) 신선한 칡뿌리(갈근)를 짓찧어 즙을 내어 한번에 50ml씩 하루에 여러 번 먹거나 500g을 물에 달여 3번에 나누어 끼니 뒤에 먹는다, (5)은행나무 가지를 잘게 썰어 물에 달여 한번에 100-150ml씩 끼니 뒤에 먹는다.
한의학에서는 주상(酒傷)이라고 하는데, 과음 혹은 장기간의 음주 등으로 가벼운 숙취에서 심각한 알콜중독증 증상까지 포함합니다. 아마도 가벼운 일과성의 숙취를 말하는 것 같은데, 여기에는 위의 방법보다는 귤피, 콩나물, 칡꽃(갈화), 칡꽃이 없으면 칡뿌리를 달여서 마실 수 있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귤피입니다. 귤피에는 hesperidin이 주성분인데, 이것은 장내 세균과 만나면 hesperetin으로 전환되어 항산화, 항염증 작용이 있어 음주로 인한 장벽의 손상 및 염증에 여타 약재들보다 더 우수한 효과를 갖습니다.
– 밥, 라면 등을 먹고 체한 데
소다, 엿기름 물이나 식혜를 마신다…?
소다에 대한 언급에 위에서 언급하였습니다. 엿기름이나 식혜의 주재료는 맥아인데, 싹튼 보리를 발효시켜 만든 음식입니다. 분식류의 소화를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단, 많은 양을 섭취하면 산모의 젖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으니까 주의하셔야 합니다.
– 물 먹고 체한 데
(1) 미꾸라지 생것 3-5마리를 그대로 소금에 찍어 먹거나 끓여서 먹는다, (2) 우물 속의 이끼를 달여 물을 마신다…?
– 우유를 먹고 체한 데
찰 볏짚을 달여 먹는다…?
– 미역 먹고 체한 데
오동나무 껍질을 달여 마신다.
– 감 먹고 체한 데
된장을 먹는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고 설명할 가치도 못 느낍니다.
이상으로 식체로 검색된 민간요법들은 대략 정리하고 따져보았습니다. 민간요법 중에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도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선조의 삶의 지혜라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할 겁니다.
별게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식체가 사실은 심장 이상일 수 있고, 췌장염일 수도 있고, 맹장염(정확히는 충수돌기염)일 수도 있습니다. 이 무시무시한 병들도 실은 처음에는 더부룩하고 답답함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단은 의료기관에서 확인하고,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반드시 한의원에 내원하여 환자가 들은 민간요법에 대해 한의사에게 문의하십시오. 그러면 옳다 그르다 판단을 해줄 것이고, 혹시 더 좋고 손쉬운 방법이 있다면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반드시 진단이 우선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