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그렇게 춥지 않은 도시이지만, 쌀쌀하고 찬 바람에 더더욱 고통받는 질병이 있는데, 바로 삼차신경통!!!
삼차신경통은 뇌신경 중에서 5번째인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에 염증과 같은 어떤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신경병증성 통증입니다. 이 신경통은 무해한 수준의 자극에도 심한 통증이 발생하고 자극 지점에서 주변 부위로 확산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를 통각과민(hyperalgesia) 혹은 이질통(allodynia)이라고 합니다.
양치질, 세수, 빗질, 미소 짓기, 음식 씹기, 살짝 스치는 바람, 가볍게 손으로 터치 등에도 통증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하여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이는 불행하게도 계속 재발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이러한 삼차신경통은 한방에서 기울기체, 기허, 허화 등의 관점으로 한의학에서는 진단합니다. 즉, 체내 면역성의 저하와 스트레스 등으로 기운의 흐름이 조체되어 염증성의 통증으로 증상이 발현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치료는 체내 기운을 보강하고, 허열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항염증 한약 및 신경학적 개선을 목적으로 면역 아피톡신 봉독을 시술합니다. 일반적으로 통증의 양상이 너무 격렬하므로 실열 증상으로 보고 청상견통탕 등을 투여하는데, 이 청상견통탕이 잘 맞는 경우보다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청상견통탕은 이 포스트 뒤 부분에서 부록처럼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과거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든 계절에, 부산에서 진료한 저의 한의원에 2명의 삼차신경통 환자분이 내원하셨습니다.
치료 과정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 여성 환자는 58세이고, 우측 머리와 안면(눈 주위, 코옆, 광대, 턱까지)에 통증이 하루 3~4차례씩, 한번 통증이 생기면 몇 시간 가량 지속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부산대 병원에서 뇌 MRI까지 촬영했으나 특별한 이상은 없었답니다. 삼차신경통으로 진단받고 삼차신경통 약물(가바펜틴 계열)을 복용하셨습니다.
저는 이 환자의 진맥상 비위와 폐의 기운이 허하다(아울러 담음도 끼여 있다)고 진단하고 한약으로 폐와 비위의 기운을 보강하는 사군자탕을 처방하고 면역 아피톡신 봉독을 시술했습니다. 최초 0.4Unit 시술 후 1.2, 2.8, 5, 7, 9, 11, 13, 15Unit 으로 용량을 첫 회에 비해 무려 40배 가량 빠르게 증량 시술했구요, 7월 28일 처음 시술 후 8월 31일까지 약 1개월 동안 시술받으셨습니다.
두번째 환자는 63세의 역시 여성인데, 내원 하기 5~6년 전에 삼차신경통이 발생하여 부산의 모 병원에서 삼차신경통 약물을 복용하셨다 합니다. 내원 15일 전부터 다시 재발하여, 하루 종일 우측 안면에 우리하고 따갑고 쑤시는 통증과 혀바닥의 얼얼함, 우측 귀 뒤의 통증 등을 호소하고 있었고, 당시 삼차신경통 약물 300mg을 2알씩 복용했다고 합니다. 이 환자분은 다소 체격이 건장했지만 혈압, 당뇨, 갑상선 등의 지병으로 약물 치료 중이셨고 진맥을 해보니 기운의 흐름이 잘 소통되지 않는 상태였습니다. 머리에 땀이 많고 열이 많은 체질이라 하셔서, 한약은 청상견통탕을 하루 2번 보름간 투여하였고, 면역 봉독을 시술하였습니다. 조금씩 호전이 있었으나, 만족스럽지 않아 두 번째 한약으로 반표반리를 치료하는 삼경탕을 투여하였습니다.
청상견통탕(淸上蠲痛湯)에 대한 이해.
청상견통탕을 흔히 삼차신경통에 응용하기도 합니다. 청상견통탕은 황금, 창출, 강활, 독활, 방풍 등 총 13가지 약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방약합편의 설명에 따르면 “일체의 두통을 다스리는데, 오래된 두통이나 최근에 생긴 두통, 좌측 두통이나 우측 두통 모두 효력이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주의 사항으로 “노인, 허약한 사람, 실열이 없는 사람은 이 처방을 쓸 수 없다”라고 단서를 달아 놓았습니다. 청상견통탕의 약재들은 대체로 발열을 동반하면서 뒷머리가 욱씬거리고, 땀이 잘 나지 않고 갈증이 있는 사람의 두통 처방입니다. 특히 태양경 두통에 쓸만합니다.
뒷 머리도 아프면서 삼차신경통으로 인한 강한 얼굴 통증이 있고, 얼굴에 열도 많은 사람의 경우라면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두통이라기 보다는 주로 얼굴의 통증이고, 실증이 아니라 면역계의 약화를 동반하고 있는 허증의 양상도 많고, 경락적으로 양명경의 통증이라 처방의 포인트가 어긋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게다가 한의원에서의 진단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약재를 구입해 달여 드시는 경우 부작용이 발생해서 복통, 설사, 메쓰꺼움 등이 생길 수 있고 간에 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제약회사에서 공급되는 약재들은 식약청의 검증을 통한 의료용 한약재이지만, 대도시의 식용 한약재 시장에 공급되는 약재들은 안전도가 아무래도 검증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개인적으로 인터넷이나 소문으로 듣고서 함부러 약재를 구입해서 드시는 것들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