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트는 부산에서 제가 삼차신경통에 치료하는 방법에 관한 내용입니다.
삼차신경통(Trigemnial Neuralgia)은 5번째 뇌신경인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에 염증 등으로 발생하는 신경병증성 통증입니다. 양치질, 세수, 빗질, 미소 짓기, 음식 씹기, 살짝 스치는 바람, 가볍게 손으로 터치 등에도 통증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하여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이는 불행하게도 계속 재발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이러한 특징을 이질통(allodynia), 통각과민(hyperalgesia)이라고 표현합니다.
삼차신경통의 치료법은 현재로서 양의학에서 신경외과적 치료방법으로 약물요법(항간질약물인 가바펜틴 계열), 알코올 차단술, 미세혈관 감압술 등을 사용하고 있고, 이에 대한 포스트 역시 작성한 바 있습니다.
포스트 링크: 삼차신경통, 양방적 치료법 포스트 바로가기
한방에서는 삼차신경통을 기본적으로 화울, 기체, 음허 등으로 진단하는데요, 이는 현대적인 언어로 쉽게 설명하자면 염증, 스트레스, 면역저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원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치료를 살펴보면 주로 면역봉독요법(이는 항염증 및 면역 증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습니다), 자하거약침(간 기운의 보강이나 면역 강화 효과가 있습니다), 침뜸 치료(기혈을 순환시켜 대사를 소통합니다), 그리고 한약 요법입니다.
특히 최근 약 4년 동안 삼차신경통 환자들에 여러 처방을 투여해서 치료를 진행했는데, 만형자, 천궁, 인삼, 황금 등으로 구성된 ‘삼경탕'(이 처방 이름은 제가 지었습니다!)이 좋은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간단한 처방 설명을 드리자면,
- 만형자는 족태양방광경(즉, 방광의 경락)에 들어가는 약물로서 기량(氣凉)하고, 약재의 효능은 消散寒濕, 去頭面風寒한다고 하고,
- 천궁은 족궐음간경(즉 간의 경락)과 수궐음심포경(즉 심포 경락)에 들어가는 약물로서, 기운을 인체의 상부로 끌어올리는 성질이 있는데, 효능으로는 消散肝氣, 去肝風한다고 합니다. 이 약물은 혈허, 혈체를 치료하는 유명한 사물탕의 한 약재로서 우리 몸의 간(liver)에 울체된 기운(스트레스)과 혈체(특히 말초 혈액순환 장애)를 치료하는 대단히 좋은 약재입니다.
- 인삼은 수태음폐경(폐의 경락)과 족태음비경(비장의 경락)에 들어가는 약재로서 약미가 맑고 가벼워 우리 몸의 내부 중 중초와 상초를 다스리는데, 補肺氣, 生陰하는 효능을 가집니다.
- 황금은 수태음폐경과 수소음심경(심장의 경락)에 들어가는 찬 성질을 가진 약물인데, 거습, 청열해독의 효능이 있어 국소적인 항염증 및 해독 효과가 있는 약물입니다. 현대인의 대사증후군에 잘 맞는 약재인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한약의 처방은 한의학적 방제 원리에 의거하여 질병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몸의 체질을 반영하여 처방을 구성합니다. 그런데, 특정 병증이나 질환에 맞춘 처방 역시 존재합니다. 현대 중국의 중의학에서는 이를 전방(專方)이라고 하고 명나라 장경악은 이런 류의 처방들을 모아 인진(因陳)으로 분류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열감기에 타이레놀, 두통에 아스피린 처럼 한약 역시 특정 질환에 특정 처방이 존재해 왔다는 것이죠.
삼차신경통 역시 다년간의 치료 경험에서 특이하게도 ‘삼경탕’이 잘 듣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삼차신경통에 면역봉독과 자하거약침만으로 치료한 환자분들과 여기에 삼경탕을 같이 투여한 경우에서 한약 투여를 병행한 쪽이 치료기간도 짧았고 효과도 좀 더 빨리 나타났습니다.
시중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청상견통탕이 삼차신경통에 잘 듣는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하지만 저의 치료 경험상 청상견통탕은 안면 통증인 삼차신경통에는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청상견통탕에 대한 저의 의견은 이전 포스트에서 부기한 바 있습니다.
포스트 링크: 삼차신경통, 찬 바람에도 이는 통증 포스트 중 하단 부록 (청상견통탕에 대한 이해) 참조
마지막으로 어떤 한약재의 임의 투여, 즉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 없이 개별적으로 식용 약재를 구입하여 달여 드시는 행위는 반드시 피하셔야 합니다.
위의 약재 중 천궁이나 인삼은 매우 유명하고 또 대중적이기도 하지만, 의료용 천궁의 경우 반드시 필요한 수치가공이 중요하고, 혈조한 마른 체형의 사람에서는 중의를 요하므로 함부러 투약해서는 안됩니다.
또 인삼은 한국인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약재일텐데요, 하지만 무조건 열많은 사람에게 쓰면 안된다는 편견을 가진 약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삼차신경통 환자분들의 몸의 상태가 대부분 소화기나 체력, 면역력 등이 많이 저하된 경우이고, 얼굴은 몹시 아프지만 배나 팔다리는 냉한 분들이 많습니다. 얼굴에 생긴 삼차신경통의 병기는 분명 화열(염증 개념과 유사)이겠지만, 환자 몸전체로 본다면 허약하고 냉한 경우이겠지요.
삼차신경통은 무척 고통스러운 질환이고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리는, 그런데도 아이러니하게 도 악성이 아닌 ‘양성’ 질환입니다. 환자들의 표현에 의하면 출산 때보다 더 고통스럽고, 또한 이 통증이 언제 발생할지 또 언제까지 아파야 할지를 모른다는 것이 더 무섭다 합니다.
삼차신경통의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질환 중에 하나이지만, 분명한 것은 소화기, 스트레스 등 체력, 면역력,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 유발되거나 더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소 책임전가의 느낌이 있지만, 결국 원인 중 하나는 ‘나’ 자신의 몸관리에게 그 첵임이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반드시 섭생과 양생에 더욱 신경을 쓰셔야 할 것입니다.
오늘 포스트는 여기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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