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차신경통(Trigemnial Neuralgia)은 이유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5번째 뇌신경인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에 염증 등으로 발생하는 신경병증성 통증입니다. 양치질, 세수, 빗질, 미소 짓기, 음식 씹기, 살짝 스치는 바람, 가볍게 손으로 터치 등에도 통증이 어마어마하게 발생하여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이는 불행하게도 계속 재발하는 패턴을 보입니다.

그런데, 전형적인 삼차신경통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는 질환으로 비정형 삼차신경통, 혹은 비정형 안면통증이 있습니다. 삼차신경통은 불시에 예고없이 비주기적으로 몇 초간 굉장히 굉장히 강렬한 통증이 발생하고 이는 안면부의 어느 특정 지점을 자극할 때 주변으로 통증이 퍼지는 등의 양상을 보입니다.

물론 이질통이나 통각과민의 개념은 단순히 삼차신경통에만 적용되지 않고, 더욱 넓은 질병의 스펙트럼에서 대상포진후신경통, 상완신경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런 통각과민이나 이질통에 봉독이 유효하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완고한 대상포진후 신경통에 대한 봉독치료 사례 논문 : pubmed에서 캡쳐함)

다시 비정형안면통증, 비정형 삼차신경통을 보자면, 자극에 대한 통증 유발이 약하거나 최소한 강하지는 않습니다. 삼차신경통이 심한 환자들의 경우 양치질이나 말하다가도 통증이 나타날 정도인데, 반해 대개의 비정형 안면통증 환자들은 이렇게 강한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들 환자들은 통증의 부위가 뺨이나 턱쪽 보다는 주로 입 주위 혹은 입안에 나타나는 경우가 더욱 많은 경향을 보입니다. 이 분들은 입안이 쓰라리다, 얼얼하다 등의 전형적인 삼차신경통과는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삼차신경통만큼 통증이 극렬하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비정형 삼차신경통 환자분들은 초기에 치과 치료, 구강치료, 이비인후과 치료 등 다양한 진찰과 치료를 받기 쉽고, 한참 후에 비정형 안면통증으로 진단을 받게 되는 역사가 있습니다.

한방에서 삼차신경통은 대개 화울 기체(스트레스)와 음허(면역 저하)로 진단하는데,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비정형 삼차신경통 역시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제가 2017년 2월경부터 8월 말까지 부산에서 한의원을 진료할 때 안면통증으로 치료를 진행했던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통증의 양상이 강하지 않고, 부위도 입술에서 뺨 주변에 짧은 통증이 있으셨는데요,(별다른 과거력 없이) 초기에는 삼차신경통을 배제진단으로 잡고, 저농도 봉약침 등 가볍게 치료를 했으나, 호전과 재발을 자주 보이는 패턴을 보였습니다.

결국 면역봉독과 삼차신경통 한약(삼경탕)으로 치료를 종결한 바 있습니다. 지나고 볼 때 이 분은 비정형 삼차신경통에 더 가깝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분을 치료하면서, 통증 강도 면에서 삼차신경통보다 다소 덜한 비정형 삼차신경통이 오히려 치료가 더 까다로움을 배우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