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난 번 포스트에 이어 현기증의 한 원인인 이석증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 그 치료법에 대해서도 알려드릴까 합니다.
이석이란 무엇인가??
이석증은 정확한 의학용어는 아닙니다. 정확한 병명은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Benign Paroximal Positional Vertigo, BPPV)라고 하는데요, 그 원인은 귀속의 내이(inner ear) 부분에 어떤 찌꺼기나 가루 같은 것들이 들어차서 생기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귀속의 돌가루를 바로 이석(ear rocks, 공식적인 의학용어는 otoconia)라고 하죠. 흔히 많은 분들이 그저 이석증이라고 알고 계신답니다. 이석은 탄산칼슘(calcium carbonate)의 작은 결정체인데요, 주로 난형낭(둥근 주머니, utricle)이라고 하는 구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귀속의 내이의 구조에 대해 조금만 정리해 볼께요~
달팽이관은 크게 세 개의 구조가 있는데, 세반고리관(semi-circular canal), 구형낭(둥근 주머니, saccule), 난형낭(타원 주머니, utricle)으로 이루어져요. 세반고리관은 회전, 구형낭은 수직, 난형낭은 수평으로의 움직임을 감지하죠. (위의 삽화 참조)
어찌되었던 이 이석들이 달팽이관에 있다가 머리를 들어올리거나, 목을 돌릴 때 이 “귀속의 돌가루”들이 붕~ 떠버리게 됩니다. 달팽이관 내에는 림프액으로 가득차 있거든요. 그래서 몸을 움직인 다음에 어지러워 뭔가를 잡고 가만히 서 있거나 앉아있거나 누워있거나 해서 몸을 고정시키고 나면 림프액 속에 붕~ 떴던 이석들이 살~ 가라앉아요. 그러면 어지러움도 가라앉죠.
그래서 이 어지러움이 형태가 갑자기(=발작성, paroximal) 자세에 따라(=체위성, positional) 빙빙 돈다(=현훈증 眩暈證 vertigo)고 해서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이라고 정의합니다. 양성이라는 말은 양호한 예후, 즉 악성이 아니다는 뜻입니다.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의 증상은 어떠한가?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 즉 이석증은 모든 현기증의 약 20% 가량을 차지한다고 합니다. 연세가 많을수록 더 잘 생기는데, 노년층의 어지러움의 약 50%는 바로 이 병입니다.
증상들은,
- 현기증이나 빙빙도는 현훈증, 머리가 무겁고 멍함, 균형감각이 떨어지고, 속도 울렁거린답니다. 대개 머리를 어떻게 할 때 발생하는데, 주로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혹은 돌아누울 때 발생하죠. 그러니까 나이 많으신 분들이 새벽에 야뇨증으로 화장실가시려 할 때 굉장히 공포스럽다고 하세요.
- 또 배관이나 설비 작업을 많이 하시는 분들 중에서 머리를 들어 천정을 보면서 작업하시는 분들도 작업 중에 어지러움을 잘 느낄 수 있구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나서 샴푸실에서 앉아 뒤로 누워 머리를 감아줄 때도 어지러움이 발생할 수 있답니다.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은 사실 장기화되지는 않는 편인데요, 대신 잘 재발을 합니다. 만약 어지러움이 없어지는 기간(휴지기)이 짧아지면, 환자들은 거의 매일 현기증을 달고 산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의 원인은?
50대 이하의 사람에서는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머리의 충격이나 외상입니다. 또한 편두통과도 관련성이 많아요. 반면에 노년층 환자들에서는 가장 흔하게 이유 없는 달팽이관의 퇴행성 변화 때문에 생겨요. 즉, 노화 과정에서 이상이 생긴다는 뜻이죠. 이러한 경우를 의학용어로 “특발성(idiopathic)”이라고 한답니다.
그 외 바이러스 문제(전정신경염, vestibular neuritis), 뇌졸중(전하소뇌동맥증후군, AICA syndrome), 메니에르병(Meniere’s disease) 등도 한 몫을 차지하지만,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의 치료
첫째는 아피톡신 봉독요법. 봉독은 경추에서 머리로 올라가는 근육과 신경에 작용해서 추골동맥의 순환을 좋게 만듭니다. 그래서 머리로 올라가는 혈액, 즉 영양의 공급을 순조롭게 한답니다. 처음 시술시에는 물론 환자마다의 봉독에 대한 알레르기 정도가 다르므로, 스킨 테스를 거친 후에 적합한 용량을 찾아 첫 시술을 하구요 추후에는 일정 용량씩 증량해서 시술합니다. 통상 10~15~20회 정도까지 병의 이환시기에 따라 기간이 달라집니다.
둘째는 이석교정요법. Epley manuver라고 하는데요, 앉아 있는 자세에서 의사가 환자의 머리를 우측으로 회전시키면서 눕힙니다. 그 후 머리를 우측에서 좌측으로 돌리고, 그 다음 옆으로 돌아눕게 만들고, 그리고 고양이 자세로 움크리게 한 후 다시 바로 앉게 하죠.
아래에 해상도는 다소 흐리지만 이석증 환자분의 교정 장면을 한번 보시죠~
이 환자분은 약 10년 넘게 현기증으로 고생하신 환자분이구요, 매번 오셔서 치료하실 때마다 봉독시술과 이석 교정 및 경추 이완치료를 받으셨습니다. 이 Epley 교정법의 효과는 매우 우수해서 논문에 따르면 약 80%의 완치율을 보인다고 하네요. 다만 이 교정을 한 후 1년 이내에 약 30%의 재발율을 보인다고 하는데, 다시 이 교정법을 시행하면 효과가 다시 난다고 하니 크게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세번째 치료법은 한약입니다. 한약의 구성은 대부분 머리로의 혈류량을 증대시키고 위장을 보강하는(소화기관의 담적을 제거) 약재 위주로 구성됩니다. 대개 잘 어지러운 분들은 위장의 구역감, 소화불량 및 젊은층에서는 생리불순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답니다. 그래서 위장에 노폐물인 담적(痰積)을 제거하는, 즉 위장을 보강하는 한약을 쓰면 현기증 역시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의 가정(자가) 요법
그러면 집에서 이 현기증을 고칠 수 있는 방법 혹은 덜 어지럽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있습니다!!!!
하나는 브랜트-다로프 운동법(Brandt-Daroff Exercise)이라고 하는데요, 자가운동법이지만 치료율이 무척 높은(논문에서는 95%의 성공율이라 해요) 반면에 치료실에서 의료인이 하는 위의 Epley 교정법보다는 다소 더 위험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혼자 하시다가 균형을 잃고 떨어질 수 있거든요. 그래서 침대에서 하지말고 바닥에 두꺼운 이불이나 매트리스를 깔고 앉아서 하시라고 권고드린답니다.
위의 삽화처럼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가 우측와위(오른쪽으로 돌아누움)로 눕습니다. 이 때 머리는 천정을 보고 누워 있어야 하구요, 어지러움이 완전히 가라앉으면(대개 한 10~30초 정도 걸릴 겁니다) 다시 바로 앉습니다. 그 후에는 좌측와위(왼쪽으로 돌아누움)로 눕지요. 물론 머리는 천정을 쳐다보시구요. 다시 어지러움이 완전히 가라앉으면 바로 앉습니다.
이 운동법은 하루에 3세트씩 약 2주간을 시행합니다. 여기서 1세트는 각각의 동작들을 5번씩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1세트 운동은 대략 2분 정도 소요되는데, 그럼 5번씩 하면 10분 정도 걸리구요, 하루 아침, 점심, 저녁 총 3세트씩 하니까 약 30분 정도 걸리는 셈이겠지요. 즉, 하루 30분씩 스스로 이 운동을 하시면 약 2주 후에는 굉장히 호전이 되실 겁니다.
다만,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침대에서 하시다가 갑자기 어지러워 침대에서 떨어질 수 있으니, 차라리 방바닥에 푹신한 이불이나 매트리스를 깔고 하시는 편이 더 나을 수 있어요.
또 다른 방법으로는 가정용 Epley 교정법(Home Epley manuver)라는 것이 있는데요
이 방법은 위의 동영상에서 하는 순서와 같습니다. 다만 의료인이 도와주지 않고 개인이 셀프로 하는 것이죠. 매일 스스로 할 수 있으니까, 어쩌면 더 효과적일 수도 있겠네요.
각 자세마다 약 30초~1분씩 매일 밤마다 1번씩 반복하시면 되겠습니다. 위의 삽화는 좌측 귀에 이석이 있을 때 하는 방법이구요, 우측 귀에 이석이 있다면 뒤로 누울 때 고개를 우측으로 돌리셔야 해요. (좌측에 이석이 있는지, 우측에 있는지 어떻게 아냐구요? ㅎㅎㅎ 그것은 진단 기술에 달려 있어요. 의사의 진찰이 필요합니다.)
단, 이상의 두 가지 DIY 수기법은 몇 가지 조건이 있어요.
- 첫째는 반드시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 즉 이석증으로 진단받은 경우에만 효과가 있구요,
- 둘째는 이 셀프 교정 중에 이석이 다른 반고리관으로 들어가 폐색을 일으키는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어요.
- 셋째는 드물지만 추골동맥의 압박으로 인해 더 심한 현기증, 두통 등 신경학적 장애가 생길 수도 있으니, 반드시 의료인의 지도 하에 하셔야 한답니다.
누워있는 자세는 어떤게 좋은가?
일반적으로 이석증, 혹은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 환자들은 머리와 몸이 일직선이 되도록 누워있는 것보다는 머리를 다소 높게 해서 주무시거나 누워계신 것이 더 낫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베개 2개 혹은 쿠션을 머리에 받치고 취침하셔야 하겠습니다.
그 외 치료 중에 어떤 유의할 점이 있나요?
생활하는 중에 환자분들은 경험에 의해 알고 있습니다. 어떤 자세나 동작에서 더 어지러운지를, 그러므로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고개를 돌릴 때는 천천히 하셔야 하구요, 치료를 받고 현기증이 없어지거나 현저히 감소되었을 때 비로소 잠시 잠시 현기증이 생기는 자세나 동작을 해 보시는 겁니다. 그것도 천천히 서서히 말입니다.
문제는 외과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이석증,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이 있는데요, 이 경우에는 위에서 말한 이석이 후반고리관 쪽으로 이동해서 막아버리는 경우입니다. (솔직히 이 경우는 한번도 본 적은 없습니다.)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 환자의 약 1% 정도라고 하는데요, 한약, 봉독, 교정 등 이상의 방법을 썼는데도 낫지 않는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하실 수도 있어요.
현기증, 이석증, 어지러움증, 양성 발작성 체위성 현훈증, 이름이야 뭐라고 하던간에… 무척 어지럽고 메스껍고 생활에 불편한 이 병은 잘 치료되는 편입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