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독요법이란 서양 꿀벌의 독을 한의학적 경혈에 주입하는 치료법을 말합니다. 서양에서도 히포크라테스도 꿀벌의 독을 이용해 치료했다는 기록이 있고, 중국 의서에도 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중약대사전에 봉독은 성미가 辛甘鹹(맵고 달고 짜다)하고 大熱(열이 많이 나게 한다)하며 有毒(독성이 있다)하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효능은 거풍제습(去風除濕, 체내 바람과 습기를 제거한다), 지동통(止疼痛, 통증을 지통시킨다), 해경평천(解痙平喘, 경련을 해소하고 천식을 조절한다), 소종강압(消腫降壓, 부종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떨어뜨린다) 등이 있다고 합니다.
봉독의 주요성분에는 펩티드, 효소(enzyme), 비펩티드성분 등인데 구체적으로는 ;
- 펩티드 : Melitin(용혈작용), Apamin(진통 효과), MCD peptide(항염증 작용), Adolapin(항염증, 진통 작용), Secapine(진정작용), Tertiapin(비만세포의 탈과립작용), Procamine A,B 등
- 효소 : Phospholipase A2(세포조직의 분해, 용혈, 촉매작용), Hyalurondase(항원 성분 및 조직의 분해작용), a-glucosidase, Lysophospholipase, Protease inhibitor(단백질과 에스테르 용해 및 항염증 작용) 등
- 비펩티드 : Histamin(혈압강하 및 위산 분비촉진 효과), Dopamine(신경 전달물질) 등
이들 성분들을 중심으로 봉독의 작용을 정리하면 크게 항염증, 진통, 진정, 용혈, 혈관확장 작용 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자세히는 모르지만 면역세포 등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면역작용 등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봉독은 과거 생벌침 위주로 통증 부위에 찌르던 방식에서 현재 건조분말로 만들어 생리식염수 등에 희석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봉산물 단체나 양봉업자들은 살아있는 벌침의 액에서 분말로 건조하는 과정에서 50% 가량의 산성 성분이 증발되어 효능이 저하된다고 하는데요, 대신 벌침액에 있는 잡균 등을 필터링하고 멸균시켜 안전한 형태로 주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봉독에 대한 감수성과 과민반응
어떤 사람은 말벌에게 쏘여도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괜찮은 사람이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꿀벌 한 마리에 쏘여도 응급실로 급히 가서 겨우 회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처럼 봉독은 사람마다 그 반응(감수성)과 면역성이 다릅니다. 양봉업자들은 벌독에 면역이 아주 높겠지요? 특이하게도 오래 봉독에 노출될수록 감수성은 둔화되고 반면에 전염병이나 암 같은 질환 등에 면역성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우리 몸에는 다섯 종류의 면역 글로불린이 있는데, IgA, IgD, IgE, IgG 그리고 IgM입니다. 이 중 IgG는 정상 성인의 혈청에 있는 면역 감마글로불린의 80%를 차지하며 제가 사용하는 면역봉독요법의 반응값 혹은 용량의 계산에 주요한 의의를 가집니다.
봉독의 과민반응은 대부분이 자기로 인정하는 것을 비자기로 인식하는 병리적 현상입니다. 불필요한 면역반응(국소적 및 전신적 염증반응) 및 조직 손상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에는 전신적 혈관 확장 반응으로 인해 쇼크를 유발하기도 합니다.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
- 체액성 면역반응에 의해 매개되는 즉시형 과민반응(제 1형 과민반응)
- 체액성 면역반응에 의해 매개되는 아급성 과민반응(제2형과 제3형 과민반응)
- 세포성 면역반응에 의해 매개되는 지연성 과민반응(제4형 과민반응)
즉시형 과민반응(아나필락시스, 제1형 과민반응)은 알러젠에 접촉한 시점에서 몇 초 내에 시작되어 약 30분 이내 가라앉는 가장 흔한 과민반응으로, 감작 단계에서는 기억 세포를 만드는데에 주력하므로 임상 증상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일한 항원이 체내에 다시 침입하면 기억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빠르고 강력한 반응이 발생해서 즉시형 과민반응의 임상적 증상이 나타납니다. 벌이나 거미의 독이 혈액 속에 직접 투입되어 전신 순환을 하는 경우나 합텐(hapten)으로 작용할 수 있는 페니실린과 같은 약물이 혈액 내로 유입되었을 때에 발생합니다.
아급성 과민반응은 항체(IgM, IgG)에 의해 발생하고 혈장이나 혈청에 의해 전파됩니다. 알러젠에 노출된 지 1~3시간 후에 시작되며 10~15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지연성 과민반응은 T세포에 의해 매개되고 lymphokine에 의해 활성화된 거식구에 의해 발생하며, 1~3일에 걸쳐 천천히 발생합니다. T세포가 유리하는 Lymhokine이 지연성 과민반응의 원인이므로 항히스타민제가 아닌 corticosteroid를 사용해야 합니다. 가장 흔한 것은 알러지성 접촉성 피부염입니다.
이 중에서 봉독의 대표적 부작용은 전신적 과민반응이며, 이는 아급성 과민반응과 지연성 과민반응으로 구분합니다.
아급성 과민반응의 초기 증상은 시술 시점에서 3시간 이내(대개 30분 이내)에 시작되어 점차 전신으로 확대되며, 이렇게 발생한 아급성 과민반응의 여러 증상은 최대 10~15시간 동안 지속됩니다. 아급성 과민반응의 증상으로는 저혈압, 현기, 실신, 전신적 피부 팽윤, 가려움, 복통, 설사, 기침, 호흡장애, 기도폐색, 흉통 및 심장발작 등입니다.
지연성 과민반응은 대개 시술 시점으로부터 4~48시간 후에 시작되며, 며칠 또는 몇 주동안 지속됩니다. 주된 증상은 전신적 피부 팽윤과 가려움이며, 탈력감(기운 없음), 피부 열감, 가벼운 소화장애 등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저혈압이나 기도 폐쇄 등과 같은 위험한 증상은 없지만, 지연성 과민반응 상태에서 술을 마시면 혈압저하나 기도폐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신적 지연성 과민반응이 자연적으로 소실되면서 예후가 급속히 호전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전신적 과민반응의 직접적 원인은 시술시 과량 주입, 음주, 약물(소염진통제) 등입니다. 특히 술은 소량으로도 상당한 영향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양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음주 당일과 그 다음날에는 봉독요법을 시술할 수 없습니다. 면역 기능을 억제하는 약물을 복용하면 체내에 주입된 봉독의 작용이 억제되므로 시술량을 계속 늘리게 되는데, 도중에 환자가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면 약물의 혈중 농도가 감소함에 따라 주입된 봉독의 작용이 급격하게 발현되고, 이로 인해 전신적 과민반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대표적인 약물은 부신피질호르몬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아스피린, 항히스타민제(H1 및 H2 길항제) 등입니다.
봉독의 시술방법
1. 생벌침 : 벌의 침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독성이나 용량의 조절이 어렵고 감염 등 위생상의 문제가 있어 다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 주사요법
- 피내 주사 : 가장 효과적이나 가렵고 따갑다는 단점. 표피와 진피 사이에 주입.
- 피하주사 : 진피층 이하 피하조직에 주입.
- 관절내 주사 : 관절 내 활막염 등이 있을 때 시술하는 방식이며, 좋은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닫힌 조직에서 과민반응의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함
- 근육내 주사 : 주로 뭉친 근육의 근복부에 주입하는 방식
3. 기타 방법
- 이온 전기도입법 : 봉독액을 피부를 통해 혈관속으로 주입하는 방법으로 일반 의원급에서는 시술하기 어려움
- 초음파 요법 : 봉독 성분이 포함된 연고를 바르고 초음파 기계로 문질러서 투과.
봉독 요법의 적응증과 금기증
1. 적응증
- 근육통, 근염, 근막통증증후군, 섬유근통
- 관절염 : 퇴행성, 통풍성, 외상성, 건선성
- 신경통, 신경염, 편두통
-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질환
- 인대, 힘줄 장애
- 건선, 아토피 피부염
- 염증성 장질환
- 척추, 디스크 장애 : 협착증, 퇴행성 디스크, 척추증
2. 치료에 도움이 되는 질환
- 다발성경화증
- 공피증
- 만성통증증후군
-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반사성교감신경이영양증(RSD)
3. 금기증
- 결핵, 매독, 임질 등 성병
- 진행성 심혈관질환 : 협심증(불안정성), 심근경색
- 진행성 콩팥 장애 : 신부전 등
- 진행성 간 장애 : C형 간염, 간경화, 간암, 간부전
4. 주의를 요하는 질환들
- 당뇨병
- 월경 중 과다출혈
피내 시술를 기준으로 하는 치료법
1. 봉독액의 종류
고농도 봉독으로는 200:1, 250:1, 500:1 등이 있으며, 통상 표준농도라 함은 1,000:1 농도를 의미합니다.(이는 제조 제약회사 또는 원외탕전실에서 제조 또는 조제하는 봉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보다 저농도로는 2,000:1, 1만:1, 2만:1, 10만:1, 20만:1, 100만:1, 200만:1 등이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어느 정도 강한 치료 효과를 내려면 2,000:1 이상 농도이어야 하며, 1만:1보다 저농도의 경우는 주로 알러지 테스트용이거나 팔 다리 등 봉독에 민감한 부위에 주로 시술하는 편입니다. 때로는 관절강내로 주입하기도 합니다.
2. 알레르기 테스트
봉독은 사람마다 이종단백질에 대한 항원-항체 반응이 다르므로, 반드시 알레르기 테스트를 거쳐 과민도를 파악한 후 시술합니다.
통상적으로 과민도는 저과민1형, 저과민2형, 고과민1형, 고과민2형, 초고과민1형, 초고과민형으로 구분하는데, 극단적으로 이종단백질에 대한 반응이 낮은 경우를 초저과민도를 산정합니다. 이 초저과민도는 봉독에 대해서도 아주 낮은 반응성을 보이는데, 시술 전 파악할 수 없어 시술을 4~5차례 진행 후 반응성이 현저하게 낮을 때 확진합니다. 이 초저과민도 환자들은 봉독량과 강도가 매우 높아 때로는 시술 시 체내 항상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합니다.
알레르기 테스트는 이런 과민도를 결정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며, 과민도를 잠정 분류한 후 예상 시술량의 10%를 해당 치료 부위에 시술하고 15분을 관찰한 후 팽진의 크기 등을 확인하고 안전 유무를 결정합니다. 그 후 음성 반응이나 일정 정상 범위내의 반응이 나타날 때 추가로 90%까지 시술합니다(도합 100%).
3. 치료부위와 기간
일반적으로 아픈 부위가 치료 부위가 되는데요, 하지만 좌골신경통 등 신경병증성 통증이 있을 때 혹은 아토피나 건선 등 피부질환이 있을 때는 신경분절의 척추 레벨을 확인하여 해당 척추분절에 봉독을 시술합니다. 일부 환부에도 시술할 수 있어요.
봉독을 시술할 때는 봉독액이 든 주사병의 표면을 포비돈으로 소독하고, 1회용 주사기(주로 인슐린 주사기)로 정해진 농도와 용량을 뽑아 시술합니다. 인슐린 주사기는 바늘(니들)의 직경이 얇아 상대적으로 자입시 통증이 덜한 장점이 있습니다.
치료 기간은 일반적으로 경추와 상지, 안면 질환에는 1~2일 주기로 시술하고, 요추와 하지 질환에는 2~3일 주기로 시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일반적으로 처음 알레르기 테스트를 포함한 첫 시술을 마친 다음 날에 반드시 내원하여 1회 치료 시술의 결과를 살펴 필요한 경우 2차 시술을 연달아 하는 것이 치료에 효과적입니다.
시술이 끝난 후에는 환자는 반드시 15분 정도를 한의원 대기실에서 대기했다가 귀가합니다. 간혹 민감반응이나 혈압의 감소 등으로 어지러움증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안정이 된 것을 확인하고 가도록 합니다. 만일 갈증, 입마름, 상열감 등이 있다면 저희 한의원에 준비 중인 오렌지주스나 이온음료, 혹은 쌍화차 등을 마시면 괜찮아지므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봉독 시술을 하기 전과 하고 나서 15분 여 후에는 반드시 혈압을 측정합니다.
4. 부작용과 대처법, 그리고 주의사항
가장 흔한 합병증인 가려움은 얼음찜질 등으로 해결이 됩니다. 때로는 국소 연고나 물파스 등으로 불편함은 해소되며, 대개는 참고 견딜만합니다. 통상적으로 3~4회부터 8~10회 시술 무렵에 가장 가려움이 가장 심해지며 그 후에는 가려움은 감소됩니다. 너무 심한 경우에는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너무 고농도로 시술할 때 피부 괴사가 일어날 수 있는데, 대개 너무 가려워 손톱으로 심하게 긁을 때 일어나기도 합니다. 특히 피하 주입을 할 때 이런 현상은 간혹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때는 농도나 용량을 줄이며 철저한 소독 처치가 되어야 합니다.
봉독 시술 후 피부 색깔이 다소 검게, 마치 뜸 자국처럼 남기도 하는데, 이는 보통 100일 이내 정상 피부색으로 돌아오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 사람의 피부 재생도에 따라 6개월 이상 지속되기도 하지만, 영구적으로 반흔을 남기는 경우는 드뭅니다.
봉독 시술 시 환자가 주의해야할 사항은 “금주”입니다. 음주 전후 24시간 동안은 반드시 금주해야 하는데, “소주잔에 맥주 한 잔 정도도 피해야한다”고 주의를 줍니다. 알코올이 봉독의 작용을 상승시키고 반응성을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우나나 찜질방 이용 역시 봉독 시술 후 최소 12시간 이후 이용하도록 합니다.
CAUTIONS!!! 봉독 시술 시 술은 반드시 금해야 함!!!
5. 봉독 시술에 대한 반응
아래 반응들은 봉독에 이해 얻어지는 면역의 정도를 나타내고 만성 질환의 병적 상태에의 기간이나 그 정도를 추측할 수 있답니다. 즉, 만성 통증에 이환되어 있거나 장기간 약물(특히 진통소염제)을 복용한 환자의 경우 봉독의 반응이 서서히 나타나고 결과적으로 더 오랜 치료가 필요합니다. 만성 통증 환자분들은 일반적으로 가려움도 적고 그래서 반응도 약해 빠른 증량이 때로 필요한데요, 간혹 빨리 낫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인 봉독에 대한 반응은:
- 국소피부반응 : 시술 부위에 가려움, 팽진, 발적, 경결, 발열, 부종 등입니다. 간혹 음주나 스트레스, 과로, 불면 등의 몸상태가 이 국소피부반응을 증폭시키기도 합니다.
- 일반전신반응 : 대개 어지러움, 구토, 구역감, 발한, 체온상승, 소화불량, 몸살, 권태 등이 생기며, 혈압이 감소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일시적으로 체내 면역환경이 나빠졌을 때, 즉 과로, 불면, 기아(식사를 제대로 못함), 스트레스, 음주, 감기 등이 있을 때 일어납니다.
- 병소반응 : 주로 관절염의 경우에 가장 많이 일어나는데, 시술한 해당 관절이 부어오르고 통증이 더 심해지는 현상입니다. 심한 경우에는 전신반응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대개 1일에서 수일내에 가라앉게 되고 오히려 관절의 증상들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6. 치료의 예후
통상적으로 목허리 디스크의 경우 10~15회, 다발성인 경우는 20회까지 시술이 필요합니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에는 30~60회 이상의 시술이 필요하며, 보행장애 및 종아리와 발바닥의 저림이 심한 경우에는 100회까지 시술을 받아야 합니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 관절 뿐 아니라 해당 척추분절까지 치료가 필요한데, 통상 30~50회의 시술이 필요합니다.
류마티스 등 자가면역성 질환 역시 장기간 치료가 필요해서 50~100회 시술이 필요합니다.
시술 기간이 긴 장애의 경우에는 3개월간 시술하고 15일에서 1개월 가량 봉독을 쉰 후 다시 진행하기도 합니다.
치료 호전이 된 경우에도 유지 관리의 목적으로 월 2~4회 정도의 봉독을 시술하는 것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