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적의 개념과 마케팅
현대인들이 자주 겪는 위염이나 역류성 식도염 및 장 질환에 요즘 한의학적 용어로 “담적(痰積)”, “담적병” 등이 자주 쓰이곤 합니다.
원래 담적이란 용어는 한의학 고서에는 보이지 않고, 중국 한나라의 의학서적인 금궤요략(金櫃要略)에 담음(痰飮)이란 용어가 등장한 이래, 유하간이나 주단계 등에 의해 담음의 치료법이 정리되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한국의 한의계에서 이 담적이란 용어를 일부 한의원에서 인터넷에 마케팅 하면서 유행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담적이란 한의학적 용어를 사용한 서적이나 그 챕터가 별로 보이지는 않는데, 신재용 원장의 방약합편해설(신광문화사 출판)에 오적산이라는 처방을 해설하면서, 오적(五積)이란 5종류의 적(積)인데, 그 중 기적(氣積), 혈적(血積), 담적(痰積), 식적(食積), 한적(寒積)을 가리킨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과거 한의학 서적에 기록된 것을 중심으로 요약할 때 담적은 점탁하며, 체내에 이르지 않는 곳이 없고, 계속 담적이 해소되지 않을 때 내장기(오장)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담적의 주요 증상
담적의 증상들은 단일 계통으로 나타나지 않고, 내장, 근육, 안이비인후과적 기관 등 전신으로 나타나며, 그 경과가 반복적이고 재발이 잦습니다. 이들 수많은 증상들 중 주요 증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명치 부위가 답답하거나 통증이 있고 음식 양과 무관하게 수시로 잘 체한다,
- 속이 자자 메스껍거나 심하면 구토를 하며, 역류가 잘 된다,
- 배가 항상 더부룩하고, 가스가 잘 생기며, 자주 트림을 한다,
- 대변이 무르거나 은은한 복통 및 과민성 장증후군 증상이 잦다,
- 두통, 특히 편두통이 잦고 어지럽다,
- 기억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점차 심해진다,
- 늘 피곤하고 뒷목이 뻣뻣하거나 어깨와 등에 담이 자주 결린다,
- 시력이 떨어져 눈이 침침하고 다크서클이 잘 생긴다,
- 피부색이 어둡고 기미가 많아진다,
- 입안은 잘 건조하고 입 냄새가 심하다,
- 여성의 경우, 냉대하가 많아지며, 냄새가 심하다.
이상의 주요 증상을 각 항목을 1점씩 배점해서 5점 이상이면 담적이 심한 상태로 예상되며, 적극적인 담적의 치료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위와 같은 수많은 증상들이 있어도, 초음파, 혈액검사, 내시경 등 내과적 검진을 받아보면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만 합니다. 그렇다면, 이는 기질적 문제가 아닌 또 단순한 위장관 질환이 아닌 “담적”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담적의 원인
담적은 그 자체로 증후군적인 개념일 뿐입니다. 담적이 앞서 설명한 담적의 증상을 만들어낸다고 했지만 실은 어떤 원인들에 의해 담적이 생기고, 그 증상들은 담적 고유의 증상이라기 보다는 담적의 원인에 의한 증상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담적은 일차적 원인이라기 보다는 “이차적 병리산물”에 가깝습니다.
담적은 일차적 원인이라기 보다는 “이차적 병리산물”!
한의학에서는 풍(風)이나 화(火)에 의해서도 담음, 담적이 생길 수 있고, 허(虛)나 실(實)로 인해 담이 생길 수도 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풍이나 화를 치료하면 담적이 맑아져서 제반 증상들이 없어지며, 허나 실은 체내 균형을 맞추는 치료를 하면 담은 역시 저절로 사라질 뿐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담적은 무엇이고, 담적은 어떻게 생길까요?
한의학에서는,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면 그 음식은 위장에서 강력한 산에 의해 살균과 일부 소화가 된 후 비장에 의해 그 영양분(진액)이 전신에 운행된다고 봅니다. 이를 위장의 부숙작용, 비장의 운하기능이라고 한의학에서 설명합니다.
혈기가 좋은 젊은 사람들은 이 과정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먹는 음식물이 거의 대부분 영양분으로 변화하여 우리의 형과 체를 건강하게 만들지만, 효율적으로 대사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진액, 즉 자양분이 되어야 할 것들이 변질되어 체내의 병리적 잉여산물이 됩니다.
중국 명나라의 장경악은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此亦猶亂世之盜賊, 何孰非治世之良民, 但盜賊之興, 必由國運之病, 而痰涎之作, 必由元氣之病.
(이[담적]는 역시 난세의 도적에 비유할 수 있는데, 잘 다스려지는 세상에서는 누군들 양민이 아니겠는가? 도적은 반드시 국운이 흔들리는 병에 말미암아 일어나고 담적의 발작 역시 원기가 약해져서 비롯될 뿐이다.)
장경악의 경악전서, 잡증모 담음편
결국 이 영양분을 처리하는 소화기(비장과 위장) 또는 인체의 면역력(원기)이 나빠진 결과, 실제로는 영양분이어야 할 것들이 그러지 못하고 담적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담적의 치료는 담적 자체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담적의 환경인 환자 자신을 본질적으로 진단해서 체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담적의 허실과 오장
담적에는 허와 실이 있으므로 반드시 그 구별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허와 실은 인체의 원기 즉 면역력을 기준으로 나누는데 허는 인체의 원기, 즉 체력이나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하고 실은 담적의 세력, 즉 정도와 발생 빈도가 강하다는 의미입니다.
담적의 허실 진단
다시 말해서, 체력이 강하고 젊은 사람에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담적은 “실한 담적” 즉 실담(實痰)이라고 명명하고, 노령이고 기운이 약해져 있는 사람에서 만성적으로 생기는 담적은 “허한 담적” 즉 허담(虛痰)이라고 명명합니다. 또는 내재된 지병이 많고 항상 피로하고 근심걱정과 음주가 많은 사람들, 자주 뱅뱅 어지러운 증상들, 맥이 가늘면서 빨리 뛰고 자주 구토나 메스꺼움, 설사, 음성이 자주 잠김, 숨가쁨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도 허담입니다.
한편, 복진이나 청진을 해보면, 대체로 배에서 나는 꾸르륵거리는 장명음이 크고 배에 특정 지점을 누르면 굉장히 아파하는 경우는 실담인 경우가 많은 반면, 장의 운동성이 낮아져 있고, 배를 눌렀을 때의 통증과 등부위의 연관통이 나타나는 경우는 허담인 경우가 많습니다.
실담인 경우에는 당연히 그 담적만 제거하면 짧은 기간 내에 제반 증상들이 사라지겠지만, 허담의 경우에는 담적 자체를 치료할 것이 아니라 그 환자의 원기를 보강하는 방향으로 치료를 해야 합니다.
2020년 연말 양산에서 진료할 때 내원하셨던 젊은 남성의 담적 치료 사례는 아래 치료 사례 페이지의 링크를 표기합니다. 링크를 클릭하셔서 확인해 주세요. (의료법 상 홈페이지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https://drhwang-kmed.co.kr/reviews/%ec%86%8c%ed%99%94%ec%9e%a5%ec%95%a0%ea%b0%80-%ec%a3%bc%ec%86%8c%ec%a6%9d%ec%9d%b8-%eb%8b%b4%ec%a0%81-%ec%b9%98%eb%a3%8c-2%eb%a1%80/
담적을 생기게 하는 원인 장기
오장육부 모두가 담적을 발생하는 장기가 됩니다만, 이는 결국 비장과 신장에서 귀결됩니다. 한의학에서 비장과 신장은 수분과 체액을 조절하고 다스리는 장기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비장의 기능의 문제로 생기는 담적은 허증(허담)과 실증(실담)이 모두 생길 수 있으나, 신장의 기능 문제로 생기는 담적은 오로지 허증(허담)만 생기게 됩니다.
담적의 치료
일반적으로 환자의 체력이 좋고 실담인 경우 담적을 순수하게 치료하는 한약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이진탕과 평위산, 귤피반하탕 등으로 짧은 기간 복용하더라도 괜찮습니다. 만약 담적과 함께 소화불량, 무른 설사 등을 겸한다면 이진탕에 평위산을 합방하고 거기에 건강 포제를 추가하면 더욱 효과가 좋습니다.
반면 환자가 노령이거나 체력이 저하되어 있고, 장기간 증상이 있어온 허담의 경우는 담적을 치료하는 것보다는 비장과 신장 중 어느 쪽이 더 이슈가 되는지를 진찰해서 보강해 주는 쪽으로 한약을 투여해야 합니다. 비장의 경우 저라면 사군자탕, 오군자전, 육군자탕을 위주로 담적을 치료하는 약재를 좌사의 개념으로 추가하고, 신장의 경우라면 육미와 팔미 계열로 처방합니다.
한편, 저는 소화기 증상을 뚜렷하게 호소하는 환자들은 자율신경치료법을 시행합니다. 여기에는 경증의 경우 침과 뜸만으로 하되, 조금 만성적이라면 일반 저농도 봉약침을 추가하고, 만성적이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아피톡신 봉독과 태반 약침(자하거 약침)을 반드시 시술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치료법을 포스팅하고 싶으나, 비의료인의 무분별한 치료를 피하고자 더이상의 상세 치료법은 여기서 줄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