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인 편두통의 정의는 두통이 시작할 무렵 혹은 시작하면서 메스꺼움, 구토, 시각장애(섬광 같은) 또는 편두통과 동측의 상지 증상(저림, 마비감 같은) 등이 동반되는, 주기적이고 박동성의 머리 통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대뇌의 기질적인 질환, 예컨대 뇌종양이나 뇌혈관성 질환이 없다는 조건이 붙게 되어 일반적으로 편두통은 본태성 두통 또는 일차성 두통의 범주에 속하게 됩니다.
편두통이 발작할 때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아팠다가 무통기 내지는 휴지기가 있지만, 편두통 발작이 심한 경우 며칠씩 지속되기도 합니다. 환자들은 통증도 참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도 너무 불안해서 응급실로 가서 뇌 CT나 MRI, MRA, 경동맥 초음파 등 갖은 검사를 해 보지만, 결국은 ‘편두통’으로 진단받고 진통제 며칠분만 처방받고 귀가합니다.
고전적인 편두통 외에 비전형적인 편두통에는 편두통 전조증이 크게 없는 경우도 있고, 전조증이 있다 해도 양상이 꽤 다양해서 몇 주 전 생긴 두통과 조금만 다른 양상의 증상들이 생기면 환자들은 다른 뇌병변이 생긴 걸까 싶어 다시 머리 속 영상검사를 반복적으로 하게 됩니다.
편두통의 원인
편두통이 왜 생기는지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추에서 두개골로 가는 혈관의 이상, 대뇌 피질의 이상 신호(주로 시각 장애가 있는 편두통에서) 등이 의심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발인자로서 카페인(커피나 진한 홍차 등), 술, 스트레스, 초콜릿과 같은 특정 음식, 월경, 불면증(또는 너무 많이 자는 경우) 등이 편두통을 유발 또는 악화시킨다고 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偏頭痛者頭半邊痛者是也<丹心> ○如頭半寒痛者偏頭痛也<丹心> ○偏頭痛在右屬痰屬熱痰用蒼朮半夏熱用酒製片芩在左屬風屬血虛風用荊芥薄荷血用芎歸芍藥酒黃栢<丹心> ○頭風之甚者久則目昏偏頭痛者屬少陽相火久則目束小大便秘澁皆宜出血而大下之<子和> ○偏頭痛年久大便燥目赤眩暈者此肺乘肝氣鬱血壅而然宜大承氣湯
동의보감
간단히 요약하면 한의학에서 편두통의 원인을 담(痰)이나 열(熱) 또는 풍(風)이나 혈허(血虛)로 보고 있구요, 장부경락학적으로는 간이나 소양경의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달리 현대적으로 설명하면,
- 담이란 체내에 생긴 불필요한 독소나 잉여물질 또는 병리산물인데요 요즘은 담적, 담음, 위담이라는 한의학적 용어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 열이란 염증의 개념과 비슷하다 하겠습니다.
- 풍이란 바람이라는 자연 현상을 체내에 생긴 병리적 기전인 일종의 신경통과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혈허란 빈혈 또는 영양 부족 등 피로한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한의학적으로도 편두통의 원인을 꽤 다양하게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고, 이 역시 과거 한의학에서도 편두통의 진단이 그리 만만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편두통을 단순히 머리의 통증이라고만 판단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편두통은 염증, 위장 문제, 혈액순환의 문제, 신경통, 정신신경학적 문제 등이 총괄적으로 결합한 후 그 결과가 머리에 통증으로 나타날 뿐입니다.
편두통 환자들의 특징
제가 부산에서나 양산에서 한의원 진료할 때 편두통 환자들을 진단해 보면 몇몇 특징들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 첫째, 위장의 기능이 예민하고 약하다.
- 둘째, 여성이라면 생리불순이나 생리통이 있는 경우가 많다.
- 셋째, 불면증 및 신경이 예민하고 성격적으로 꼼꼼하고 완벽적이거나 결벽적인 경향이 강하다.
- 넷째, 직업적으로 야근이 잦거나 스트레스를 잘 받는 직업군, 예컨대 2-3교대 근무자, 교사(학교나 유치원 등), 공무원(대체로 고위직),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 다섯째, 만성적인 뒷목과 어깨 근육통, 등 통증, 팔다리의 경축(“쥐”가 잘 남, 대개 야간 수면 중), 현기증 등을 잘 동반한다.
등입니다.
편두통의 치료
편두통의 이상과 같은 정황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담음이 위장관에 형성되어(또는 체질적으로 약한 위장) 음식의 소화, 영양분의 흡수가 되지 못해 결과 그 별진된 독소와 담적으로 편두통과 함께 구토, 메스꺼움 등이 동반하고, 둘째 불규칙한 생활 또는 불안정한 심리와 수면 및 성격 등으로 체내 염증이 산재된 상태이므로 치료는 몸속 위장관의 담적(독소)의 제거 및 염증 치료를 병행하여야 합니다.
제가 주로 사용하는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은 우선 위장관의 담적 치료 한약 또는 체질적으로 간과 신경계를 조화시키는 한약을 쓰면서 둘째로 아피톡신 봉독 치료를 병행합니다. 아울러 간의 피로와 혈액순환 등을 개선하는 보약 효과를 가진 태반약침(자하거 약침)도 시술합니다.
일반적인 치료의 기간은 3-4개월간 한약을 포함하여 주 2-3회 집중 치료를 진행하고, 그 후에는 5일에 1회 → 1주일에 1회 → 10일에 1회 → 보름에 1회 등으로 치료의 주기를 늘려 나갑니다.
편두통은 주기적 재발성이 높아 단순한 근육통이나 인대염좌처럼 단 몇회의 치료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이상의 치료법 외에도 개인적으로 운동, 조깅, 요가 등을 해서 온몸의 긴장을 이완시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겠고, 또한 통증일기를 작성하는 것 역시 정신적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